서울 모 대학 공대 교수인 A씨는 삼성·LG전자 두 기업으로부터 연구 중인 특허 이전 요청을 받았다. A씨는 이들 기업 제안을 뿌리치고 회사를 차려 기술의 사업화에 나섰다. 하지만 수년이 지난 지금 그의 회사는 개점 휴업 상태다. 대기업까지 탐내던 기술이었지만 상용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최근 대학 교수 창업 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다. 중소기업청 자료에 따르면 2004년 전체의 39.5%에 이르렀던 교수·연구원 출신 벤처기업은 올 7월 말 현재 10.8%까지 급락했다. 벤처기업이 2004년 7967개사에서 7월 말 1만4179개로 두 배가량 늘어난 반면에 교수·연구원 벤처는 3144개에서 1529개로 절반가량 줄었다.
일자리 창출에도 일익을 담당해야 할 교수 창업이 왜 줄어들까.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교수들이 너무 바쁘다. 연세대 창업보육센터장을 역임했던 김학배 교수(전기전자공학과)는 “요즘 교수들은 논문에, 승진에 너무 바쁘다”며 “창업을 해도 사실상 집중하는 것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주변의 눈도 부담이다. 연구·교육·사업 세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겠다는 교수들의 의지를 오히려 고깝게 본다. 연구한 것을 현실에 적용하는 과정임에도 수업에 소홀해진다는 잘못된 선입견을 보인다. 강의 질에 대한 비판과 자질론까지 들려온다. 이 때문에 일부 교수는 창업 자체를 숨긴다. ‘교수 CEO’라는 명함을 내밀지 않고 기술 고문 등으로 한발 물러선다.
성공 사례가 줄어드니 자연스럽게 교수 창업을 향한 인식도 나빠진다. 모 벤처캐피털업체 대표는 “교수가 CEO인 회사는 투자 검토 자체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뛰어난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하지만 그들에게서 그만한 열정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유로는 ‘보장된 자리’를 들었다.
교수가 기업 CEO를 겸직하다 보니 오히려 그들이 회사에 ‘올인(all-in)’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 창업 전문가는 “연봉 7000만∼8000만원에다 거기에 프로젝트까지 수행하면 연간 수억원을 챙길 수 있는 교수가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회사 경영에 적극적일 수 있겠느냐”며 교수 CEO에 대한 회의적 의견을 나타냈다.
이 때문에 1998년부터 발효된 벤처특별법에 담겨 있는 대학실험실 공장 허용 등 교수 창업 지원 내용은 사문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기청 관계자는 “특별조치법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해외에서도 그리 유례가 많지 않다”고 이들 지원제도의 장점을 강조했다.
양동우 호서대 벤처대학원 교수(학과장)는 “교수 창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교수사회가 교수 CEO를 인정하는 문화로 바뀌어야 한다”며 또 “교수가 위험을 감수하지 않겠다면 사업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는 것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모 교수도 “교수가 연구 중인 기술을 직접 상용화하면 기술의 사업화에 대한 좋은 교육이 되고 또 창업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학생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며 대학사회에서의 변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준배·이성현기자 joon@etnews.co.kr
곱지 않은 주위 시선도 문제…대학문화 바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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