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은행들이 내년 정보기술(IT) 투자를 경기 위축 전망과는 관계 없이 단행할 전망이다. 이들 은행은 특히 차세대시스템 구축사업이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면서 전체 IT 투자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과는 달리 기존 추진 중이거나 계획했던 사업은 예정대로 이어간다는 방침 아래 내년 IT 투자 예산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가는 가운데 최근 주요 은행이 일제히 2009년 IT투자 예산작업에 착수했다.
하나은행은 이번 주말 1차 워크숍을 갖고 업무 단위별로 IT투자 예산안을 취합, 논의할 예정이다. 기업은행도 최근 각 IT부서별로 예산검토에 들어갔다. 기업은행은 다음 달 중순께 예산안을 확정한 후 12월 중 행장 보고 등을 통해 예산작업을 마무리짓는다. 국민·신한·우리은행과 농협중앙회 등도 내년 예산 검토를 시작했으며 이르면 다음달 중순께 예산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아직 초기 단계라 구체적인 수치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현재로서는 경제위기로 인한 급격한 IT투자 축소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각 은행은 진행 중인 차세대시스템사업을 지속하는 한편 국제회계기준(IFRS), 자금세탁방지(AML) 등 제도개편과 관련된 사업도 시행시기에 맞춰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내년 IT투자예산을 올해 1500억원보다 늘릴 계획이다. 내년 하반기 은행 전산센터를 현 잠실에서 상암동으로 이전하는 데 따른 통신 및 시스템 인프라 도입이 필요하고 IFRS 지원시스템도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오는 2009년 완료 예정인 은행 및 카드 부문 차세대시스템 개발사업 수행을 위해 올해와 비슷한 규모로 편성한다는 방침이다. 기업은행은 올해 예산과 유사한 범위 내에서 서버통합사업 등 기존 시스템을 효율화하는데 IT투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대규모 사업을 마쳤거나 완료 단계에 있는 은행은 올해 대비 투자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 역시 대외 변수에 따라 무조건 IT투자 예산을 삭감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내년 예산을 올해에 비해 줄일 계획이지만 IFRS, AMS 등의 사업은 경기와 무관하게 진행할 예정이다. 내년 초 차세대사업을 완료하는 농협중앙회는 신 시스템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한다.
서재화 기업은행 부행장은 “절대적인 가이드라인을 세워놓고 일방적으로 투자를 축소하는 일 없이 경쟁력 향상에 도움되는 IT사업은 진행한다는 게 원칙”이라며 “다만 전세계 경기가 어려운만큼 신규 투자의 검증과정은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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