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반도체 신화를 일군 산·학 원로들이 모처럼 한 자리에서 만난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29일 반도체의 날’ 기념식에 강진구 1대 이사장(81)·김광호 1대 협회장(68)·문정환 2대 협회장(73)·김영환 3대 협회장(66) 등 기업 원로와 김충기 KAIST 특훈 교수(66)·민석기 경희대 객원 교수(70) 등 학계 원로를 초청해 특별 공로상을 수여한다.
이들은 반도체 산업 발전에 기여도가 큰 원로들이다. 반도체산업협회 한 관계자는 “주요 원로들이 현직에서 물러난 이후 얼굴을 맞댄 일은 처음”이라며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이들 6명 원로를 공로가 큰 분들로 낙점했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고령인 강진구, 문정환 등 전 협회장은 거동이 불편한 탓에 가족들이 대신 참석할 예정이다.
1986년 반도체연구조합를 출범시킨 강진구 초대 이사장은 삼성 반도체 기반을 탄탄하게 닦았다. 82∼88년 당시 삼성반도체통신 대표를 맡으면서 84년 64KD램, 86년 256KD램의 개발과 양산을 주도했다. 지난 2001년 삼성전기 회장을 끝으로 현직에서 물러난 이후 초야에 묻혀살고 있다. 김광호 1대 협회장은 91년 말 협회 출범 이후 5년 간 협회를 이끌었다. 당시 삼성전자 사장을 지낸 그는 강진구 초대 이사장과 함께 삼성이 반도체 사업의 초석을 놓았다. 삼성전자 퇴임후 고대 반도체대학원 석좌 교수로 활동, 후진을 양성하는 한편 ‘전자사랑회’란 친목 모임을 주도했다.
97년초 3대 협회장직을 맡은 문정환 원로는 95년 12월∼99년 1월 LG반도체 부회장을 지냈다. 기존 64M D램보다 데이터 전송속도가 4배 빠른 램버스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데 기여했다. LG반도체에서 물러날때까지 2년 동안 협회를 이끌었다. 김영환 3대 협회장은 현대전자 사장 재임 시절 문정환 2대 협회장이 협회장 임기 1년을 채우지 못하고 LG반도체를 퇴직함에 따라 협회장직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는 현대전자가 99년 10월 대기업 간 "빅딜"를 통해 LG 반도체를 정식으로 합병한 회사를 이끌었다. 현대전자 퇴임후 모 회계법인에서 고문으로 활동중이다. 그는 5대 재벌의 부당 내부거래 행위에 대한 업무상 배임 혐의를 받았으나 6년만인 2004년 9월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를 받아 명예를 회복했다.
김충기 KAIST 특훈 교수는 영상센서로 활용되는 CCD 영상 소자를 세계 최초로 개발, 실용화했다. 민석기 경희대 석좌교수도 실리콘 적층기술을 연구해 반도체 산업 발전에 기여한 업적을 인정받았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