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경기침체를 우려해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은행의 몸사리기로 효과가 기업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은행이 기업 대출을 기피하는데다 대출금리를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금리인하는 기업에는 ‘그림의 떡’인 셈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중소기업은 은행이 대출을 기피하는 것뿐만 아니라 IMF 외환위기 때처럼 고금리를 적용하는 사례도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달 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5%로 전격 인하하면서 인하 효과가 기업에 미칠 것으로 내다봤으나 시중은행은 은행채 금리가 높다는 이유로 기업 대출금리를 내리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이 소나기때 우산을 빼앗으면서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이같이 은행이 기업대출 금리를 인하하지 않는 것은 금융위기로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가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은행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 보통 은행들은 자금조달을 위해 은행채를 발행할때 CD금리에 가산금리를 얹어 은행채 금리를 결정하는데 최근 CD금리가 6%를 넘어서고 있다.
은행의 대출경쟁이 치열할 때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은행들은 CD금리 인하를 예상해 가산금리를 낮추는 형태로 반응했다. 그러나 최근 은행이 대출을 억제하고 있는데다 CD금리도 높아 기준금리 인하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금리는 CD금리에 연동될 뿐”이라며 “최근 시중에 자금이 부족하다보니 CD금리가 오르고 이 때문에 대출금리가 여전히 높게 형성된다”고 말했다.
이한구 증권업협회 채권시장팀장도 “CD금리가 글로벌 신용위기로 인해 높게 형성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기준금리와 CD금리 등 단기금리는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있지만 지금은 특수하게 따로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당분간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황헌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 간 기업대출 경쟁이 심할 때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은행들도 바로 내렸다”며 “하지만 지금은 은행의 자금확보가 문제기 때문에 반영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과 같은 자금경색기에는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해도 은행들의 자금조달 여건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기업 대출금리 인하는 금융시장 안정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이한구 팀장은 “정부가 은행 보증에 나서고 있어 은행들의 자금사정이 좋아지면 CD금리도 안정되며 은행채 금리도 서서히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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