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있는 터치로 건반 위 최고의 음유시인이라 추앙받는 머리 페라이어.
지난 2004년 손가락 염증 재발로 내한 공연을 취소한 바 있는 그가 4년 만에 돌아왔다.
오는 30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을 갖는 머리 페라이어(61)는 1947년 뉴욕에서 태어났다. 그는 매네스 음대에서 호르소브스키에게 건반악기와 지휘, 작곡을 배웠고 여름 동안엔 말보로에서 루돌프 제르킨과 파블로 카살스 등과 함께 공부했다. 그는 1972년 제4회 리즈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본격적인 전문연주자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한다.
재미있는 일화. 당시 페라이어의 스승이었던 호르소브스키가 리즈 콩쿠르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 대회 우승자를 등록했다고 하자 그 소문을 들은 몇몇 경쟁자가 등록을 취소했다고 한다.
콩쿠르 우승 후 페라이어는 화려한 피아니스트로 거듭난다. 세계 곳곳에서 리사이틀을 가지며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1990년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 생겼다. 악보에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베인 것이다.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상처가 덧나 항생제를 먹게 되면서 건강이 나빠졌고 심지어 1991년에는 염증으로 인해 손가락뼈에 변형이 와 몇 년간 피아노를 떠나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긴 치료기간 동안 절망하지 않고 재기를 준비한 그는 1990년대 후반 다시 돌아왔고, 2000년에 출시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음반은 빌보드 차트(Top 10 Billboard Classical Chart)에 연속 15주나 올랐다. 지난 2004년 나은 줄 알았던 손가락 부상이 재발해 모든 연주 일정을 취소하며 또 한번의 위기가 있었으나 2006년 독일 연주로 다시 복귀했고, 2007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미주 복귀 무대에선 일명 턱이 빠질 정도의 빠른 스피드와 더욱 완벽해진 테크닉으로 관객과 언론을 놀라게 했다.
이번 한국 무대에서 선보일 레퍼토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설렌다. 긴 치료기간 동안 페라이어에게 위안을 줬던 바흐의 파르티타 1번과 모차르트 소나타 K.332, 베토벤의 열정, 그리고 쇼팽의 발라드와 에튀드까지, 바로크에서 낭만에 이르는 폭넓은 레퍼토리를 소화한다. 클래식을 사랑하는 관객에겐 절대 ‘강추’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