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CD총괄 경영진단

 삼성전자 LCD총괄이 지난 2004년 독립 사업 총괄 출범 이후 처음 감사(경영진단)를 받는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이달 중순부터 삼성중국법인의 톈진·퉁관·쑤저우·후이저우 등 현지 사업장을 대상으로 경영진단에 착수했다.

 지난해 삼성특검 사태 이후 지금까지 그룹의 상시 관리 체제가 느슨해진 가운데 삼성식 경영의 상징이던 경영진단도 1년 이상 없었다. 연말 대규모 인사 태풍을 목전에 앞두고 실시하는 이번 경영진단은 삼성전자의 내년도 경영계획 및 조직개편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LCD총괄(사장 이상완)을 대상으로 다음달 내부 경영진단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번 경영진단은 지난 2004년 LCD총괄이 독립 사업조직으로 분리된 뒤 처음이라는 점에서 통상적인 정기 감사의 성격이 짙다. 삼성전자는 또 지난 10일부터는 중국 사업장을 대상으로 본사와 협력사 현지법인들에 대한 경영진단에 들어갔다. 중국 사업장의 경영진단은 다음달 초까지 4주간에 걸쳐 진행된다.

 삼성은 특별한 문제점이 없더라도 경영 성과와 효율을 평가하고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전 관계사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경영진단을 실시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경영진단이 눈길을 끄는 대목은 시점과 그 배경이다. 삼성 특검 사건의 대법원 최종 판결과 그룹 인사를 코앞에 두고 국내 관계사 중에서 LCD총괄만 유일하게 경영진단 대상에 올랐다. 지난해 삼성SDI와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정보통신총괄이 경영진단을 받은 뒤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기는 했지만, 삼성 사태 후 지금까지 경영진단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특히 지난 5월 그룹 전략기획실 산하 경영진단 조직이 삼성전자를 비롯, 계열사들로 이관됐다는 점에서 사실상 그룹 감사나 마찬가지로 여겨진다. 이번 경영진단의 강도가 예사롭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LCD총괄은 시장 불황기에도 출범 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았다. 특히 삼성전자 내 사업총괄 가운데 가장 높은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와 올해는 이익률에서도 최고다. 적어도 실적 측면에서는 ‘진단’이라는 처방을 받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하지만 최근 LCD 패널 시황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고속 성장을 거듭해온 LCD총괄도 실적에 적신호가 켜지자 그동안 무리한 투자를 감행하지 않았냐는 시각도 일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이후 7·8세대 LCD 패널 라인에 방대한 규모의 신·증설 투자를 단행함으로써 지금과 같은 갑작스러운 재고 부담과 실적 악화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영진단 여부는 물론이고 그 이유에 대해 확답해줄 수 없다”면서 “다만 LCD총괄에 경영진단을 실시한다면 시장을 제대로 보고 효율적인 투자를 집행했는지 정도를 들여다보는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