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때로는 무모한 배짱도 필요하다

[기자수첩] 때로는 무모한 배짱도 필요하다

 최근 한 벤처기업이 주최한 콘퍼런스에 갔다가 오랜만에 벤처의 특징 중 하나인 ‘무모한 시도’를 접했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해외 유명업체가 다른 장소에서 같은 주제로 행사를 개최한 날이었다. 인지도나 규모 면에서 비교할 수 없는 두 행사. 사람들의 발길이 어디로 향할지는 뻔했다.

 역시나 1200여명이 참석했다는 해외업체 행사에 비해 벤처기업의 콘퍼런스 현장에는 빈자리가 많았다. 게다가 1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말 그대로 ‘그랜드볼룸’이었기에 빈자리는 더 커보였다.

 해외 유명업체와 같은 날 행사를 여는 것도 모자라 이처럼 큰 장소를 빌리다니.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장에게 물어보니 “직원들이 채울 수 있다고 해서 그랬다”는 간단한 답이 돌아왔다.

 약간은 썰렁한 가운데 시작된 오프닝이벤트는 태권도 시범이었다. 대개 이런 자리는 흥겨운 음악공연이 채우게 마련인데 격파한 송판 조각이 청중에게로 튀는 태권도 시범, 왠지 어색했다. 또 사장에게 물어보니 “태권도가 우리 고유의 것이기 때문”이란다. 이벤트 후 단상에 올라간 그는 시범단처럼 기합을 크게 한번 주고는 회사의 포부를 알리는 인사말을 시작했다.

 사실 요즘 취재차 벤처기업을 방문하면 “어렵다” “못살겠다” 등 온통 회색빛 대답 일색이다. 미약하나마 이렇게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자신감을 보이는 벤처기업은 언제부턴가 찾기 어려워졌다.

 물론 어려운 시절에 무턱대고 새 사업을 벌이거나 인수합병(M&A)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들이 개발한 제품에는 무모하리만큼 자신감을 갖는 배짱이 필요하지 않을까.

 발길을 돌리는 기자에게 행사장의 빈자리가 처음 시작 때보다 더 커보였다. 사람들이 떠난 빈자리가 아니라 앞으로 찾아 올 빈자리로 보였기 때문이다.

  이호준기자<정보미디어부>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