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삼성 사태’이후 1년이상 중단했던 감사(경영진단)를 마침내 재개했다. 삼성특검 사태 이후 지금까지 그룹의 상시 관리체제가 느슨해진 가운데 삼성식 경영의 상징이던 경영 진단이 1년 이상 없었다. 연말 대규모 인사 태풍을 목전에 앞두고 실시하는 이번 경영진단은 삼성전자의 내년도 경영계획 및 조직개편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대표 이윤우)는 지난 13일부터 4주간의 일정으로 천진·동관·소주·혜주 등 중국내 현지 생산법인과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전면적인 경영진단에 착수했다. 이번 경영진단은 삼성 특검 사건의 대법원 최종 판결과 그룹 인사를 불과 한달여 앞두고 지난 1년여간 멈췄던 삼성식 관리 경영이 다시 가동되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연말 대규모 인사를 통해 이른바 ‘뉴 삼성’으로 가기 위한 사전 작업인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 사태로 (관리) 공백기를 맞았다는 점에서 통상적인 정기 경영진단이 다시 시작되는 것으로 봐달라”면서 “이번 경영진단은 중국내 전체 구매조직에 제한적으로 실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특별한 문제점이 없더라도 경영 성과와 효율을 평가하고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전 관계사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경영진단을 실시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경영진단이 눈길을 끄는 대목은 시점과 그 배경이다. 지난해 삼성SDI와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정보통신총괄이 경영진단을 받은 뒤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기는 했지만, 삼성 사태 후 지금까지 경영진단은 단 한차례도 없었다. 특히 지난 5월 그룹 전략기획실 산하 경영진단 조직이 삼성전자를 비롯, 계열사들로 이관됐다는 점에서 사실상 그룹 감사나 마찬가지로 여겨진다. 연말 인사를 앞두고 진행되는 이번 경영진단의 강도가 예사롭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이번 경영진단이 끝나면 그룹 인사를 전후해 삼성전자내 사업총괄 조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지난 2004년 독립 사업총괄로 출범한뒤 단 한번도 경영진단을 받은 적이 없는 LCD총괄이 첫 대상으로 거론됐다. LCD총괄의 경우 시장 불황기에도 출범 후 지금까지 단 한번도 적자를 내지 않았다. 삼성전자 내 사업총괄 가운데 가장 높은 매출 성장율을 기록했다. 지난해와 올해는 이익율에서도 최고다. 적어도 실적 측면에선 ‘진단’이라는 처방을 받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최근 LCD 패널 시황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고속 성장을 거듭해온 LCD총괄도 실적에 적신호가 켜지자 그동안 무리한 투자를 감행하지 않았냐는 시각이 일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이후 7·8세대 대규모 신증설 투자가 급격한 실적 악화를 초래한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또 다른 관계자는 “만약 LCD총괄에 경영진단을 실시한다면 시장을 제대로 보고 효율적인 투자를 집행했는지 정도를 들여다 보는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