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 불똥을 피하자’
GPS 부품업체들이 서프 특허소송의 결과에 대응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GPS 모듈을 비롯해 휴대폰, PMP, 내비게이션 등에 많이 쓰는 칩은 미국 서프테크놀로지의 제품이다. 이 회사는 전 세계 GPS 칩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군림해왔다. 그런데 지난 8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서프 제품인 ‘서프스타3’와 ‘서프인스턴트 GPS 아키텍처’가 글로벌로케이트의 특허 6건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잠정적인 수입 금지 결정을 내렸다. 브로드컴은 지난해 글로벌로케이트를 인수했다. ITC의 최종 판단은 오는 12월에 있을 예정이나 이 결정이 그대로 굳어지면 우리업체들의 미국 수출길이 막힐 가능성도 높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GPS모듈, 내비게이션 등의 회사들이 특허소송에 휘말린 서프칩 대신 다른 제품으로 교체를 추진 중이다. 서프의 경쟁사인 유블럭스 한국지사에는 서프의 특허침해 사실이 알려진 후 문의가 쇄도했다고 밝혔다. 대체품을 구하려는 회사들이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유블럭스 한국지사 관계자는 “국내 GPS모듈업체 두 곳이 유블럭스 제품으로 교체를 결정했으며, 내비게이션 업체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곳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오토넷 관계자는 “미국으로 수출되는 차량에 현대오토넷의 내비게이션을 탑재한다”면서 “여기에 문제가 되는 서프제품을 사용하고 있지 않으며, 경쟁사 제품도 성능이 동일하다”고 말했다.
일부 회사에서는 여전히 서프칩을 사용하고 있다. 서프가 12월 전에 특허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고객사를 설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 비중이 크지 않아 영향이 미비한 것도 이유중 하나다. 실제 국내에서 가장 많은 GPS모듈을 생산하는 삼성전기는 주력 시장이 유럽·동남아 지역이다. 미국은 비중이 작기 때문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업체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간과하고 있어 서프칩을 그냥 써도 괜찮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특허 소송에 직접적으로 휘말린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건은 미국에서 문제가 된 것이지만, 다른 지역에서도 문제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설성인기자 siseo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