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환율(1년 혹은 반기 환율 고정) 방식을 채택, 하드웨어(HW)에 비해 환율 영향을 덜 받았던 소프트웨어(SW) 제품도 최근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내년 기업과 공공기관의 정보화 예산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 비해 HW, SW 가격이 최근 일제히 인상되면서 고객과 벤더 중간에 놓여 있는 IT서비스 기업, 총판업체 등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EA 라이선스 가격을 4% 인상했다. EA 라이선스는 MS의 제품을 사용하는 기업이 MS의 차기제품을 별도 비용을 치르지 않고 이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계약으로 중견기업 이상 기업들이 이를 구매, 사용해왔다.
MS는 제한된 언어를 지원하는 버전과 이보다 15% 비싼 모든 언어를 지원하는 버전의 두 가지 제품으로 EA 제품을 공급했으나 국내 기업이 대부분 사용하는 제한 언어 버전을 없애고 모든 언어버전 제품 가격을 인하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가격을 인상한 셈이 됐다.
한국MS는 이와 함께 EA 계약 시 구매 수량을 확대하라고 파트너를 독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기업은 EA 계약 시 전체 PC 수량의 70% 정도 계약을 체결했으나 최근에는 85% 수준으로 높여 계약을 체결, EA 구매 부담이 전보다 높아졌다.
한국어도비시스템즈는 최근 전 제품 가격을 달러 강세에 따라 10∼20% 인상했다. 포토숍, 애크러뱃 리더 등으로 잘 알려진 어도비사의 제품은 기업들이 대부분 구매해 사용한다.
제품 공급 가격(라이선스) 가격과 함께 유지보수료 인상도 진행 중이다. 한국오라클은 지난해 11월 이후 공공기관에 공급했던 DBMS 등의 유지보수요율을 다음 달부터 일괄적으로 22%로 적용한다. 당초 10% 미만의 유지보수료를 책정했던 공공기관들은 부담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구체적인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한국오라클에 인수된 BEA 제품의 유지보수요율도 오라클 정책에 따라 조만간 22%로 인상될 예정이다. 이전에는 15% 수준이었다. 한국오라클은 BEA시스템즈를 합병한만큼 22%의 유지보수요율을 받겠다는 정책을 이미 밝힌 바 있다.
이에 앞서 지난 7월 SAP코리아는 기존 17%, 22%의 두 가지 가격으로 나뉘었던 유지보수요율을 22%로 통일, 5% 가까이 인상했다.
다국적 기업의 SW를 공급해온 기업의 한 관계자는 “고객들은 새로운 가격과 유지보수요율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다국적 기업은 본사 정책이라며 어쩔 수 없다고 하는 상황이어서 중간에 낀 우리만 죽을 처지”라며 “한국법인이 완충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부담이 협력사에 그대로 전가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