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서도 "티샷"

 남극대륙에 스크린골프방이 들어선다.

 한국해양연구원은 남극 세종과학기지에 내년 1월에 연구원들을 위한 스크린골프 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다. 얼어붙은 남극땅에 한국식 골프 문화가 처음 상륙하게 된 것이다. 스크린골프방은 극심한 추위, 외로움과 싸우는 세종기지 대원들에게 반가운 선물이 될 전망이다.

 남극의 겨울이 시작되면 기지대원 17명은 어둠과 혹한, 눈보라 때문에 몇 달씩 연구동 건물에 갇혀 지내야 한다. 대화할 주제도 하나 둘 떨어지고 바깥 세상과 접촉할 수단은 국제전화와 인터넷이 유일하다. 간단한 헬스기구와 탁구, 당구대가 있지만 매일같이 하는 것도 지겹다. 세종기지의 연구활동을 총괄하는 진영근 월동대장(46)은 13개월씩 유배생활을 하는 대원들의 건강을 위해 스크린골프방을 설치하는 아이디어를 처음 생각했다. 대당 3000만원이 넘는 골프시뮬레이터를 구매한다고 해도 서울에서 남극기지까지 운반, 설치할 방법도 막막했다.

 다행히도 스크린골프 제조사 골프존(대표 김영찬)은 진 대장의 요청을 전해 듣고 최신형 골프시뮬레이터 풀세트를 세종기지에 기증하겠다고 흔쾌히 약속했다. 추운 남극 땅에서 연구활동을 하는 과학자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취지였다. 골프존의 스크린골프 장비는 이달 초 남극행 화물선에 선적됐다. 내년 1월까지 서울의 기술자를 파견해 스크린골프방의 설치를 끝낼 예정이다.

 진영근 월동대장은 “남극의 혹독한 환경을 극복하려면 스포츠 활동을 통한 대원들의 단합이 매우 중요하다. 스크린골프방이 세종기지에 새 활력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세종기지 주변에는 중국·러시아·브라질·아르헨티나 등 7개 나라의 남극기지가 있다. 남극배 국제 스크린골프대회가 열릴지도 모른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