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27일 기준금리를 현행 5.00%에서 4.25%로 0.75% 포인트 내린다고 발표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오전 긴급히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이렇게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은은 기준금리를 5.25%에서 5.0%로 내린 지난 9일 이후 18일만에 다시 추가로 0.75% 포인트 인하하게 됐다.
한은이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9.11테러 당시 이후 처음이다. 금통위는 9.11테러 직후인 2001년 9월19일 임시 금통위를 소집해 기준금리를 4.50%에서 4.0%로 내린 바 있다.
한은 관계자는 "경제상황이 워낙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금리를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은의 금리인하로 인해 가계와 중소기업들은 이자부담을 덜 것으로 보이며 원화유동성 경색도 어느정도 풀릴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
또 은행채가 RP 거래대상에 포함되면서 은행들은 자금조달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고 CD금리와 주택담도대출금리도 인하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은은 아울러 수출기업이 환헤지를 목적으로 키코 등 통화옵션상품에 가입했을 때 그 결제자금에 한해 은행의 외화대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해당 업체는 원화가 아닌 외화로 직접 `키코` 계약을 결제함으로써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환차손을 피할 수 있게 된다.
한은은 운전자금 외화대출의 만기도 1년간 연장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한편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27일 추가적으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내린 금통위 회의 직후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추가적인 금리인하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내수가 상당히 빨리 둔화되고 있다"면서 "수출은 잘 돼 왔으나 큰 나라들의 경제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수출이 계속 잘 될 것으로 자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시장 불안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이어서 중앙은행이 여러가지 위험이 크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다"면서 "그 쪽에 관심을 갖는 것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내수위축과 금융시장 불안을 감안해 추가적으로 금리를 내릴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이번에 금리를 내린 배경과 관련 "경제활동이 상당히 빠르게 둔화되고 있고 고용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으며 가계나 중소기업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많은 상황으로 봤다"면서 "따라서 한은이 보다 확실하게 적극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가 내려가도 국내자본의 이탈에는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최근의 자본 움직임은 금리보다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유동성이 줄어드는 외부요건에 의해 영향을 훨씬 많이 받는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은행채.특수채 매입을 통해 어느정도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RP방식으로 공급하는 유동성 규모는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으나 대체적으로 5조∼10조원 정도를 염두에 두고 시장 상황에 따라 분할 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