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여년간 일본과 경쟁한 경험을 살려 제 인생의 마지막을 엠케이전자가 세계 1위로 발돋움하는 데 걸겠습니다”
최근 굵직한 뉴스를 잇따라 발표한 엠케이전자의 최상용 사장(56)은 자신을 포함한 회사의 미래 도전 과제를 이같이 말했다. 엠케이전자는 반도체 리드프레임과 실리콘칩을 연결, 전기적신호를 전달하는 부품인 본딩와이어에서 지난해 세계 시장점유율 13%를 달성했다. 업계 순위로는 4위를 기록 중이다. 다른 부품처럼 이 분야에도 일본업체들이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엠케이전자는 지난달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중국공장을 설립했다. 세계 최초로 금-은 합금 와이어 제품화를 발표하고 불황속에서도 공격적인 경영을 펼쳐 이목을 집중시켰다. 최 사장은 옛 LG필립스디스플레이 부사장(CPO)을 역임하는 등 29년간 LG계열사에서 근무한 백전노장이다. 최 사장은 “시장환경이 바뀔 때는 큰 물에서 뛰어본 사람이 도움이 된다”면서 반도체 업황 부진에 따른 본딩와이어 업계의 변화를 기회로 삼을 것이라는 각오를 내비쳤다.
내년 3월 완공하는 중국 곤산공장은 글로벌 생산 및 수출전략기지가 될 전망이다. 엠케이전자는 여기에 일본·독일 경쟁사보다 먼저 출시한 금-은 합금 와이어로 시장 주도권를 잡겠다는 각오다. 금-은 합금 와이어는 금 사용량을 크게 줄인 신제품이다. 최 사장은 “본딩와이어 분야에서 신제품이 한국에서 가장 먼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엠케이전자는 이를 기반으로 2013년 세계 본딩와이어 시장에서 1위로 올라선다는 야심이다.
최 사장이 각별히 신경을 쓰는 것은 해외시장 공략과 기술개발이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고객다변화가 회사엔 새 기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는 1985년부터 1990년까지 LG전자 도쿄사무소에서 근무했으며, 1993년에는 LG전자 이탈리아 생산법인장을 맡았다. LG와 필립스의 합작사인 LG필립스디스플레이의 고위 임원까지 담당했으니, 진정한 해외통이다. 최 사장은 “일본업체들이 동남아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데, 엠케이전자도 지난해부터 집중 공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집약적 산업인 본딩와이어 첨단제품 개발을 위해 산학 협력도 강화했다. 엠케이전자의 연구개발인력 34명과 국내외 유수대학이 힘을 합쳐 산학프로젝트로 경쟁사를 앞지를 수 있는 기술력 축적에 힘을 쏟고 있다.
최 사장은 걸출한 이력 때문에 2006년 12월 엠케이전자에 부임하기 전 여기저기서 ‘러브콜’을 많이 받았다. 그가 이 회사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 최 사장은 “전문경영인으로서 ‘제2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펼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세계 1위에 도전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진 회사였다”라고 답했다. 그의 말엔 우리 반도체부품업계에도 몇년 후엔 세계 정상의 회사가 탄생할 것이라는 확신이 담겨 있다.
설성인기자 siseol@etnews.co.kr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