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기본, 디자인은 필수.’
경기가 불황일수록 가격만 내리면 팔린다고 판단하면 오산이다. 오히려 가격뿐 아니라 디자인까지 신경 쓴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에는 최근 IT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 주체로 여성이 떠오른 점도 크게 작용했다.
이들 여성 IT 제품 구매족을 겨냥해 ‘테크 파탈(tech fatale)’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테크 파탈은 새로운 IT 제품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사려는 여성 소비자를 말하며 이들은 특히 가격과 기능 못지않게 디자인과 색상을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노트북 시장에서 ‘미니’ 열풍을 일으킨 넷북은 가격·디자인 모두 합격점을 받으면서 불황기에도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주요 업체는 가격은 50만∼60만원대 수준이지만 투박한 각진 사각형에서 벗어나 부드러운 유선형 디자인에 앞면과 뒷면의 색상이 동일한 ‘올 인 원’ 컬러를 입히는 등 톡톡 튀는 스타일로 학생과 여성층 고객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김종서 삼보컴퓨터 사장은 “초기 시장이지만 이전 제품의 두 배에 달하는 월 5000∼7000대씩 팔릴 정도로 인기 상품으로 부상했다”며 “가격과 함께 디자인에 신경 쓴 덕분”이라고 말했다.
LG전자가 2008년 CES에서 선보여 주목을 받았던 LCD TV 엑스캔버스 ‘스칼렛’도 디자인 덕분에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스칼렛은 검은색 계통의 TV 색상에서 벗어나 강렬한 빨간색 계열의 색상을 측면과 후면에 도입해 새로운 패션 아이콘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회사 이우경 상무는 “TV가 거실에 놓여 기능은 물론이고 미적 감각까지 고려한 여성 소비자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스칼렛TV를 개발했다”며 “올해 LG 전체 TV 수요를 견인해 사상 처음으로 ‘톱3’를 눈앞에 둘 정도로 정도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 가전·IT업체도 가격과 디자인 모두를 만족하는 쪽으로 신제품 전략을 바꾸고 있다.
레인콤은 27일 크기를 3.5인치로 줄여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작은 크기의 휴대형 내비게이션 ‘아이리버 엔비 미니(NV mini)’를 출시했다. 기존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을 개선한 이 제품은 정면뿐 아니라 뒷면도 스피커 홀 형태를 패턴화해 완성도를 높였다. 가격은 20만원대 보급형 모델보다 싼 18만8000원에 출시했다.
김경렬 이사는 “엔비 미니는 합리성과 실용성을 두루 갖추는 동시에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어떤 차에도 잘 어울려 남자는 물론이고 여성 운전자에게 큰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빙엔도 조명 기구 같은 인테리어 소품을 본뜬 디자인과 간단한 원터치 방식의 ‘물방울 가습기’를 출시했다. 단순 외관에 흰색·검은색·오렌지색·붉은색·푸른색 등 다양한 색상으로 출시한 이 제품은 새로운 필터 ‘초극세동 섬유필터’로 살균력도 강화해 가습기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이 밖에 펠렉스도 사과 두 개를 쪼개 놓은 모양의 독특한 디자인과 경제적인 가격의 스테레오 스피커인 ‘PMS-302’를 출시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