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회로기판(PCB) 제조 및 장비 업계가 저비용·친환경 공법인 ‘다이렉트 라이팅(DW)’ 관련 기술을 잇달아 개발했다. DW란 특수 프린터를 이용, 에폭시 수지에 직접 회로를 새기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동박적층판(CCL)에 회로를 형성해 불필요한 부분을 ‘식각’공정으로 부식시켰다. 실제 회로가 되는 부분에만 도전성 소재를 인쇄하므로 원자재 사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화학약품 사용량을 줄여 비교적 친환경적이다. 아직 양산검증 단계지만 박한 마진구조에 갈수록 침체 일로인 국내 PCB 업계에 미래 활력소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잉크테크·뉴프렉스 등 PCB 제조 및 장비 업계는 DW라는 새 회로 형성 공법 실험에 매진했다. 이 업체들은 이미 각자 개발한 공법을 시험 생산에 적용했다. 실제 생산시 생길 수 있는 수율 저하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검증작업 중이다. 인쇄를 통해 워낙 미세한 회로를 그리는 탓에 중간 연결부위가 끊기는 점도 극복해야 한다.
인쇄전자 전문업체 잉크테크(대표 정광춘)는 기존 회로 소재로 쓰이던 구리 대신에 은 성분의 전자잉크로 회로를 그리는 기술을 개발, 양산검증 중이다. 은이 구리 대비 비싸지만 전도성이 높고 부식에 강해 적은 양으로도 회로를 구성할 수 있다. 선폭 20㎛까지 줄어 완제품 경박단소화에도 유리하다. 정광춘 사장은 “전자인쇄를 이용하면 신제품 개발 시 직접 설비를 세우지 않고도 샘플을 만들어 볼 수 있다”며 “막대한 신제품 개발 비용이 양산품에 전가되지 않아 더 저렴하게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성(F) PCB 전문업체 뉴프렉스(대표 임우현)도 나노기술을 이용한 DW 기술을 개발해 제조 공정에 적용시험 중이다. 자가 생산 시설을 가지고 있어 이르면 내년께 관련 기술을 양산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유자재로 휘어지는 FPCB 특성상 반복된 휨에도 인쇄부위가 떨어져 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 현재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오동민 상무는 “DW를 이용하면 PCB제조 핵심인 현상·식각 공정을 통째로 생략할 수 있다”며 “양산 안정화만 된다면 제조 원가를 50% 이상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