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5개국 특허청장 회의 폐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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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미국, 일본, 유럽, 중국의 지식재산권 선진 5개국(IP5) 간 국제 협력 체제의 기틀이 처음으로 마련됐다.

27일 제주도 해비치 호텔에서 개막된 ‘선진 5개국 특허청장 회의’가 이틀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28일 폐막됐다.

 이번 회의는 지난 20년간 배타적으로 운영돼온 기존 3자(미국·일본·유럽) 위주의 지재권 국제 질서 체제가 한국, 중국이 포함된 5자 간 협력 체제로 전환됐음을 알리는 새로운 신호탄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5개국 특허청장들은 국제적으로 중복 출원된 특허에 대해 심사 결과를 상호 공유· 활용함으로써 업무 부담을 줄이는 특허심사 국제 공조 원칙을 수립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10개의 핵심 프로젝트를 마련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했다.

 특히 전 세계 특허출원 4대 강국인 한국이 지재권 국제 질서 형성의 한 축으로 편입, 주요 지재권 국제 이슈에 한국의 방침 반영 가능성 및 영향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심사 적체 타개안 모색=이번 회의는 글로벌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심사 적체 현상을 적극적으로 타개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다. 현재 선진 5개국의 특허출원비중은 전 세계의 77%에 달한다. 이 중 2006년 기준으로 전 세계 특허출원 170만여건 중 5개국 출원인 간 교차 출원건만 40만건을 웃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처음 5개국 특허청장이 미국 하와이에 모여 각국의 중복 심사를 방지하는 개념의 심사 업무 협력을 추진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번 회의는 지난해 5개국 협력체제 출범 이후 두 번째로 5개국 특허청장이 머리를 맞댄 자리다. 지난해 회담이 포괄적인 공조 체제를 모색하는 자리였다면 올해는 국제 협력 추진 방안을 도출하고 공동 프로젝트에 본격 착수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재권 5자 협력체제로 전환=이번 회의의 가장 큰 성과는 지재권 국제질서가 5자 협력체제로 굳혀졌다는 점이다. 이로써 우리나라 출원인들이 미국, 일본, 유럽, 중국에서 더욱 쉽고 빠르게 특허심사를 받을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됐다. 실제로 미국은 우리 기업이 특허 획득에 평균 32개월 걸리지만, 국가 간 심사 협력이 이뤄지면 12개월로 대폭 단축된다. 특허 획득 비용도 절감될 전망이다. 우리 특허 심사의 국제 경쟁력 향상도 점쳐지고 있다. 이번 회담을 통해 특허심사환경의 표준화 작업을 진행키로 한만큼 우리 특허심사 환경의 국제화 및 선진화를 앞당기는 기반 조성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10개 공동 프로젝트 합의=이번 회의에서는 5개국 간 업무 협력의 비전·추진방향·로드맵을 정한 데 이어 10개 공동 프로젝트를 도출, 본격 이행하기로 합의했다. 5개국이 각각 2개 프로젝트에 주도국(lead office) 역할을 수행, 특허심사 환경의 표준화를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이와 함께 내년부터는 5개국 청장 회의와 함께 각국의 베테랑 특허심사관들이 한자리에 모여 심사 능력을 겨루는 ‘5개국 특허심사 경진대회’도 열기로 했다. 고정식 특허청장은 “이번 회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그간 미·일·유럽 중심으로 전개돼온 지재권 국제 질서 형성 과정에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받은 특허는 세계 주요 국가에서 신속하게 특허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국제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귀포(제주)=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