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 "프리미엄 유통망 챙겨라"

美 `블랙 프라이데이 특수` 실종

 미국발 금융 위기 여파로 연말 최대 대목으로 꼽히는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 특수가 실종했다. 주요 전자업계는 최대 대목이 차질을 빚자 유통망을 대대적으로 손질하며 피해 최소화에 나섰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평소 대비 30%가량 매출이 신장하던 블랙 프라이데이 특수가 올해에는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로 절반 이하인 10∼15%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산업계는 예측했다.

 대우일렉 미주법인 측은 “지난 3분기 미국 내 가전 생산량이 이전 분기와 비교해 15∼20% 줄어들었을 정도로 미국 시장 경기가 좋지 않다”며 “최대 특수기인 4분기 수요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28일 전했다.

 LG전자 관계자도 “올해 미국 연말 쇼핑 시즌은 LCD TV를 기준으로 볼 때 경기 침체 영향으로 성장률이 작년에 비해 절반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LG전자·대우일렉 등은 소수 전략 거점을 선정해 이를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선택과 집중 형태로 유통 계획을 짜고 있다. 지금과 같은 불황기에는 재고 관리와 가격 정책 면에서도 ‘프리미엄’ 유통망 정책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LG전자는 올 초만 해도 더욱 많은 고객을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유통망을 확장했지만 최근 홈데포·베스트바이·시어스처럼 프리미엄 고객 비중이 큰 20개 ‘전략’ 유통점을 선정했다. LG전자는 미국 내에서만 자사 제품을 판매하는 유통점이 수백곳에 이른다. LG전자 측은 “전국 판매망을 가진 홈데포 등 대형 유통점과 로열티 있는 고객 비중이 크고 경기 침체에 내성이 강한 베스트바이·시어스 등과 같은 프리미엄 유통점 위주로 파트너십을 강화해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대목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에서 냉장고와 TV를 주로 판매하는 대우일렉도 “유통점을 확장하기보다는 오히려 전략 유통점 위주로 지원 정책을 확대하는 대신에 집객력이 떨어지는 유통점은 오히려 파트너 관계를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는 특히 올 연말을 기점으로 OEM 제품의 비중을 줄이고 자체 브랜드 비중을 전체의 50%까지 늘릴 방침이다. 올 3분기 현재 대우의 OEM 제품과 자체 브랜드 비중은 6대4 정도로 OEM이 훨씬 높다.

 삼성전자도 내부적으로 유통망을 손질할 태세다. 삼성전자 측은 “미국 소비 위축으로 가격을 포함한 프로모션, 판촉 경쟁이 이전보다 훨씬 치열해질 것”이라며 “우선은 정확한 수요 예측을 통한 공급망 관리로 유통 재고를 최적화해 재고 부담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점차 경쟁력 없는 유통점을 줄여 나가는 쪽으로 유통 정책을 손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은 미국의 연중 최대 쇼핑 기간으로 추수감사절 이튿날인 11월 넷째 주 금요일부터 크리스마스까지 한 달간을 말한다.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전자업계에는 최대 쇼핑 시즌인만큼 매출 확대의 적기로 판단하고 대대적인 가격 할인 행사를 포함한 프로모션과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인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