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기술 개발 안주는 없다”
“팹리스 육성이 우리나라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살길이다”
삼성전자 반도체총괄과 하이닉스의 연구개발을 책임지는 두 CTO가 우리 반도체산업이 가야할 미래와 해야할 과제를 이렇게 제시했다.
내로라할 소자 전문가인 이원성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장(부사장)과 공정 전문가인 최진석 하이닉스 연구개발제조총괄 부사장은 29일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 2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산업계 거목다운 식견을 과시했다.
◇메모리 기술 ‘한계에 맞서 싸운다’=이원성 삼성전자 부사장은 ‘메모리 기술의 도전’이라는 주제로 세계 최고의 메모리강국을 이어가기 위한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이 부사장은 “전세계적으로 정보 트래픽이 매 2년마다 2배씩 늘었다”면서 “앞으로도 이런 트렌드는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한계 상황에 다다른 메모리 업계의 현실을 이야기하면서도 피할 수 없는 길을 가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사장은 “반도체업계가 회로선폭 미세화 한계에 부딪혀 생산되는 제품이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는 없다”면서 “소비자들이 5년 후에도 지금 제품을 써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안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작고 빠르면서도 성능 좋은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메모리도 여기서 안주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이 부사장은 테라비트 시대를 열려면 “소자(D램·플래시·차세대 메모리)와 3차원 적층, 멀티레벨셀(MLC)를 접목시키는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10조원의 투자비를 들여서라도 이를 감당할 수 있고,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노력해야한다고 말했다.
◇바퀴 네 개가 달린 마차가 되려면=최진석 하이닉스 부사장은 ‘한국 반도체가 나아갈 길’이라는 주제로 시스템반도체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우리는 메모리만 선진국이라 바퀴가 하나뿐인 불안정한 마차”라고 꼬집으면서 “세계 반도체는 또 다른 왕국이 있으며, 이것이 바로 시스템반도체”라고 말했다. 최 부사장은 “메모리는 신규업체·국가의 산업 진출이 연구장벽과 투자비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에 왔다”면서 시스템반도체로의 관심을 유도했다. 그는 이어 “그냥 두면 절대로 육성이 힘든 산업”이라면서 “정부 시책으로 ‘윈윈’ 전략 수립 후 강력한 추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를 위해 “한국 팹리스 기업 중 30∼50개를 선별해 집중 육성해야한다”면서 “비메모리 산업에서 대기업(대량생산)과 팹리스(다품종 소량생산)의 역할분담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부사장은 e자동차, e헬스, u홈을 이용한 대규모 국책 프로젝트 진행하면서 선단식 협력으로 시스템반도체 산업 발전을 추진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설성인기자 siseo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