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현상 골프세상] 경기불황에 회원권 값 폭락

 계절로 보면 요즘이 골프를 즐기기에는 최적이다. 그러나 흉흉한 경제 상황 때문에 선뜻 라운딩에 나설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나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다. 골프를 치지 않은 지 몇 달이 지났는지 잘 모를 정도다.

 골프장 회원권이 없는 사람은 골프 코스에 나가지 않으면 그뿐이지만 회원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회원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잘 알고 있겠지만 9월 이후 회원권 가격은 종합주가지수보다 더 빨리 떨어지고 있다.

 곤지암 인터체인지 근처에 있는 초고가 회원권의 가격은 일주일에 1억원씩 떨어진다는 보도가 있었고, 중고가 회원권 가격도 일주일에 10%씩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내년 봄에는 수억원을 호가하던 괜찮은 골프장의 회원권 가격이 수천만원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현상은 주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회사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가격 불문하고 회원권을 빨리 팔아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난리를 치다 보니 생겨난 것이다. 일본에서는 ‘헤이세이 불황’이라 불리는 장기 복합불황이 시작되던 1992년에 이미 벌어졌던 일이다.

 일본 최고의 골프코스라 불리던 ‘태평양 어전장’ 코스의 회원권 가격이 우리나라 돈으로 수십억원에서 1억원 이내로 떨어지는 데 단 5년이 걸렸을 뿐이다.

 오늘날, 도쿄 주변뿐만 아니라 오사카·나고야·규슈에 있는 골프코스의 회원권 가격은 경차 한 대 값도 나가지 않게 됐다. 내장객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어 골프코스 경영이 어려워져서 파산하는 골프코스가 줄을 이었다. 이런 일은 일본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이런 식의 경제 불황이 계속되면 최악의 시나리오는 우리나라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골프코스 내장객이 줄어들어 골프장 경영이 어렵게 되고, 골프장 회원권 가격은 대폭락을 하게 될 것이며 그 결과 파산하는 골프장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된다. 골프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경제 생태계 전체가 파국에 빠진 결과기 때문이다.

 세계 모든 정부가 공조해서 세계적인 대공황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기업을 비롯한 경제 주체들 역시 최선을 다해서 위기 극복책을 내놓고 있기 때문에 최악의 시나리오가 우리 앞에 펼쳐지지 않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의연함과 침착함을 잃지 않고 냉정하게 사물을 바라보면서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할 것이다. 흡사 OB가 났을 때라도 냉정, 참착하게 이번 홀을 더블 보기로 막을 궁리를 하는 골퍼와 똑같이 대응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