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풍파에도 `거뜬한`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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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 풍파에 따른 주가 하락과 원화 상승으로 주요 기업들이 몸을 잔뜩 움츠리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일부 기업들은 견고한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주력 시장은 서로 다르다. 하지만 남다른 기술력과 독톡한 사업 모델 그리고 키코(환율변동 헤지 파생상품) 미가입 덕분에 경기 침체 및 환율상승 파고를 거뜬히 넘고 있다. 그렇지만 키코 가입에 따른 큰 손실을 입은 주변 기업들이 안타까워 대놓고 좋은 표정을 짓지 못하고 있다.

의료기기 전문기업 메디아나(대표 길문종)는 지난해에 비해 20% 이상 성장한 1700억∼1800억원의 매출을 올해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전체 매출에서 환자감시장치 수출 비중이 90%인 이 회사는 최근 환율 급등으로 순이익이 무려 3배 이상 늘었다. 키코는 물론이고 엔화 대출도 신청하지 않은 덕분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환자감시장치를 매년 OEM으로 에질런트테크놀로지에 공급한다”며 “주거래 은행으로부터 키코 권유를 받았지만 수출형 기업이므로 위험 부담이 크다고 판단, 거절했다”고 말했다.

냉음극형광램프(CCFL) 전문업체 우리ETI(대표 윤철주)는 계속된 판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매출은 역으로 50%가량 증가했다. CCFL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한 덕에 경쟁사가 거의 없어 판매량이 분기당 2500만개 안팎에서 6000만개 안팎으로 2배 증가한 덕분이다. 이 기업 역시 중소기업들을 괴롭히는 ‘키코’에 가입하지 않아 환율 덕도 일부 봤다. 우리ETI 관계자는 “당초 키코 가입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리스크가 지나치게 크다고 판단했다”며 “회사 내 관리 시스템으로 환율변동에 자체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LCD제조장비 전문업체 미래컴퍼니(대표 김종인)는 고객을 LG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삼성전자까지 확대했다. 이 회사는 최근 삼성전자로부터 8세대용 LCD 연삭장비(일명 에지 그라인더) 2대를 수주했다. 교차 발주가 흔치 않은 국내 LCD 장비시장에서 적어도 연삭장비 분야만큼은 독보적 입지를 굳힌 셈이다. 상반기 매출이 202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매출 164억원을 이미 훌쩍 넘어섰다. 이 회사 역시 키코에 가입하지 않아 지난해 대만·중국 수주물량의 평가액 증가분을 고스란히 누릴 수 있게 됐다.

리튬이온 배터리회사 에너테크인터내셔날(대표 이재봉)은 휴대폰·전기차용 리튬이온배터리 수요에 힘입어 매출이 급증했다. 이 회사는 올해 매출이 지난해 600억원에 비해 3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동안 자동차 업계는 값싼 납축전지만 찾았지만 친환경 전기차, 하이브리드카의 구동을 위해선 고성능 리튬이온배터리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에너테크 측은 “미국의 전기차 배터리 회사 에너델과 손잡고 내년 1월부터 유럽의 전기차회사 씽크글로벌사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 매출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크린 골프 기업인 골프존(대표 김영찬)과 알바트로스(대표 박선의)는 불황에도 수출보다 내수에 의존해 성장세를 유지하는 독특한 케이스다. 스크린골프는 지난해부터 가장 인기 높은 창업아이템으로 확고한 지위를 굳히고 있다. 지갑이 얇아지면 골퍼들이 골프장에 가길 부담스러워 한다. 그 대신 스크린 골프방을 향하는 횟수가 늘어난다. 스크린골프업체들은 일종의 ‘불황’ 특수를 누리는 셈이다. 골프존은 연말까지 지난해 대비 3배 늘어난 1000억원, 알바트로스도 지난해 매출을 웃도는 550억원 매출 달성을 자신했다.

 

안수민·배일한·안석현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