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프라다가 LG와 휴대폰을 만들어야 하죠?”
2005년 12월 이탈리아 밀라노 프라다 본사. 세 시간을 기다린 끝에 처음 만난 마창민 LG전자 상무에게 프라다 임원은 대뜸 이런 질문을 던졌다. 프라다는 이미 휴대폰 업체 서너 곳의 제안을 거절한 후였다.
마 상무는 당시 “처음 프라다를 찾았을 때만 해도 ‘프라다폰’이 이렇게 탄생할 줄 몰랐다”고 회상했다. 그는 3인치 크기 대형 LCD 화면과 터치스크린 방식이라는 점 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백지 상태의 개발 계획서만 들고 무작정 프라다를 방문했다. 그러나 오히려 이 점이 프라다의 흥미를 자극했다.
LG 휴대폰을 ‘명품 브랜드’로 알린 프리다폰은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다른 휴대폰 업체는 겉모양만 디자인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LG전자는 “두 회사가 힘을 합쳐 새로운 전화기를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LG전자는 프라다 제품 공급자가 아니며, 프라다도 LG전자 디자이너가 아닌 대등한 관계에서 제품 개발을 진행한 것이다. LG전자는 큰 화면을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만들어 프라다에 최대한 디자인의 자율성을 보장해 주었다. 기술은 LG전자가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첫 방문 이후 프라다는 LG전자에 정식으로 미팅을 요청했고 두 회사의 만남은 급물살을 탔다. 거듭된 만남에서 프라다는 LG전자가 추구하는 프리미엄 휴대폰 방향에 감탄했다. 수많은 기업이 프라다를 찾아왔지만 LG전자만큼 열린 마음으로 협력한 기업은 드물기 때문이다. 결국 두 회사는 이듬해인 2006년 3월 양해각서를 교환했고 같은 해 12월 12일 프라다 버텔리 CEO가 LG전자를 전격 방문하면서 프라다폰은 세상에 나왔다.
이렇게 탄생한 프라다폰은 먼저 디자인 면에서 ‘혁신’ 그 자체였다. 프라다 고유의 고급스러운 디자인 철학을 반영해 매끄러운 표면의 반사광을 유지하면서 검정으로 느낌을 살렸다. 여기에 숫자와 메뉴 버튼 없이 3인치 액정 화면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터치하면서 작동하는 방식을 고집해 터치스크린과 블랙 톤 디자인의 조화에 초점을 맞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