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진흥기금이 폐지될 위기에 처했다.
2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골이 깊어지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부의 정보통신진흥기금 운용 주체 갈등이 계속되면 이를 폐지한 뒤 일반회계로 편입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정보통신기술(ICT)산업 지원방식에 변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재정부가 ‘기금의 일반회계 편입’이라는 강수를 띄운 배경이다. 궁극적으로는 방통위와 지경부 간 이견을 좁혀 타협점을 찾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재정부는 △정보통신진흥기금 재원이 고갈되는 상황 △방통위의 재원 소요 △주파수 할당대가와 같은 미래 재원조성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폐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재정부는 일반회계로도 ICT 분야 연구개발을 지원하면서 기금을 따로 유지해야 할 이유를 지경부에 제시하도록 요구했다. ICT산업을 일반회계와 기금으로 중복 지원할 필요성에 원천적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방통위도 △통합기금(방송발전기금+정보통신진흥기금)의 구체적인 중장기 재원 소요 △방송통신서비스 분야 연구개발 필요성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 기금운용 사례 등을 재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기금으로 지원할 ICT산업 범위가 다시 정립될 전망이다.
지경부는 이에 “기금 운용주체 변경을 수용할 수 없되 아날로그TV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같은 방통위 측 수요를 법률상 용도를 변경해서라도 지원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방통위는 “기금 조성·운용 기관 이원화로 빚어지는 불합리를 해결해야만 통신사업자로부터 조성되는 재원과 방송발전기금을 통합해 방송통신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신성장동력 발굴에 쓸 수 있다”고 반박했다.
방통위는 이를 위해 2010년부터 2년 동안 정보통신진흥기금 재원인 통신사업자의 연구개발출연금과 주파수 할당대가를 ‘방송통신발전기금’ 재원으로 이관할 예정이다. 대신 내년 말 8497억원에 이를 전망인 정보통신진흥기금 여유자금은 현행대로 정보통신진흥기금에 존속시켜 운용체계 개편작업을 점진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의 60개 기금 가운데 재원을 조성하고, 관리·운용하는 주체가 이원화한 것은 복권기금과 정보통신진흥기금뿐”이라며 “복권기금은 애초 재원 조성처가 여럿으로 나뉘어 있었지만 정보통신진흥기금은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