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사를 읽다가 물류에 빠져들었습니다”
토종 물류컨설팅 업체 EXE C&T 강석현 대표는 고등학교 시절 전쟁사 관련서적을 읽다가 물류인이라는 직업을 택했다. 다소 엉뚱해 보이지만, 손자병법 시계편에 나오는 전쟁에 이기기 위한 5가지 조건 중 마지막 ‘법’이라는 부분이 군의 편성, 책임 분담, 군수 물자의 관리 등 군제에 관한 문제다. 글로벌 경쟁시대는 전장과 다르지 않고 제품의 흐름을 관장하는 물류는 군수물자를 관리하는 병참(兵站)과 다르지 않다는 게 강 대표의 지론이다.
그래서일까. 산업공학과 출신인 그는 물류컨설팅이라는 사업분야가 모든 업계에 적용될 수 있으리라는 신념으로 대학시절부터 ‘내공’을 쌓았다. 이후 1986년부터 1988년까지 3년 동안 강단에 있다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대학에서 배운 이론이 실제 현장에서 통용되는지를 체득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여건이 녹록지 않았다. 물류에 대한 인식은 물론이고 물류컨설팅이라는 분야 역시 생소하게 여겨졌기 때문.
그때 강 대표를 이끈 이가 지난 97년 인텔로그물류컨설팅을 창립한 박지원 박사다. 강 대표는 “한국 생산성 본부 근무시절 상관이었던 박지원 박사가 앞으로 물류컨설팅이 중요한 분야로 떠오를 테니 함께 해보자고 제의했다”며 “89년 생산성본부 내 물류관련 TF를 구성해 물류비 계산준칙을 제정하고 물류관리 실태를 조사하는 등 정책을 연구했다”고 말했다. 이후 10년간 둘의 활약은 이어졌다.
대표적 협업 사례가 1996년도에 250만달러, 즉 당시 단일 물류컨설팅 규모로는 최고가에 달했던 필리핀 독립 200주년 엑스포 컨설팅 수주건이다. 강 대표는 “물류컨설팅 회사가 엑스포 전체를 컨설팅한다는 사실에 다들 의아해했다”며 “그러나 박람회를 구성하는 모든 작업은 물류적인 시각에서 풀 수 있는 문제고, 박람회 내 주차장의 위치와 동선을 관리하는 것도 물류요, 관람객들이 먹을 음식물의 출입을 통제하는 것도 물류라며 필리핀 정부를 설득했다”고 말했다.
아직 물류컨설팅이라는 시장규모가 미약하고 재계의 인식도 낮지만, 그 성장성을 믿는 이유다. 강 대표는 2006년 취임해 55억원에 불과했던 연 매출규모를 3년만에 두 배가까이 끌어올렸지만 물류컨설팅 회사의 목표는 단지 매출액이라는 ‘숫자’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변한다. 그보다 전체 시장 활성화를 위해 물류컨설팅 영역의 확장을 꿈꾼다.
그는 “물류컨설팅은 물류업계나 제조업계 혹은 유통업계 등 특정 부문에만 속하는 영역이 아니다”며 “EXE C&T를 물류적인 마인드를 바탕으로 경영전반을 컨설팅할 수 있는 세계적 회사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 사진=정동수기자 ds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