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제품을 파는 핵심 요소가 됐습니다. 레드닷 상은 팔릴 만한 작품에만 돌아갑니다.”
31일 서울국제경제자문단 총회(SIBAC) 참석차 방한한 피터 잭 레드닷 어워드 협회 회장은 “좋은 디자인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세계 최대의 산업디자인협회 ICSID 회장을 역임한 피터 잭은 세계 산업디자인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레드닷의 심사 기준은 세 가지입니다. 독창성(Originality)·사용성(Execution)·현실성(Feasibility)을 살핍니다. 세가지를 모두 만족하는 제품은 많지 않습니다. 디자이너가 책임감을 갖고 제조사의 요구와 사용자의 기대를 고민할 때, 팔리는 디자인이 나옵니다.”
레드닷(Red dot 빨간 점)이라는 이름은 미술계의 관행에서 왔다. 전시회에서 팔린 작품은 빨간 점을 찍어 표시를 해둔다. ‘팔리는 것이 좋은 것’이라는 자본주의 사회의 상식에 따르면 디자인 상 이름으로 이만한 것이 없다.
피터 잭은 “정보를 디자인하라”고 이야기 한다. 더이상 새로운 소재는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유일하게 새로운 것이 있다면 정보입니다. 새로운 정보, 모두가 원하는 정보를 어떻게 제품에 녹이느냐가 중요합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대표적입니다.” 사람들은 흥미로운 제품을 원한다. 그에 따르면 무수히 떠다니는 흥미로운 정보를 제품의 기능에 녹이는 것이 바로 디자인이다. 주머니에서 아이폰을 꺼내든 그는 “아이폰은 각각 존재하던 기술을 터치 UI와 결합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성공 요소를 평가했다.
그는 미래의 디자이너, 디자인을 고민하는 제조사들에게 “그 시대의 감성을 파악하라”고 조언했다. 창의적인 디자이너는 새 기술을 빨리 받아들이고, 그걸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이용하는 방법을 찾는다는 것이다.
이날 피터 잭은 삼성디자인학교(SADI)를 방문해 중소기업 CEO 및 SADI 학생을 대상으로 강연을 펼쳤다. SADI는 올해 레드닷 상에 출품해 열네 점을 수상했다. 그는 “기업이 막대한 돈을 투자해 디자인 학교를 운영하는 것은 전세계에서 SADI가 유일하다”며 “기업 및 디자이너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독특한 디자인 교육기관”이라고 극찬했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