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고 그런 휴대폰(One of them)은 만들지 않는다.”
LG전자의 휴대폰 사업을 이끌고 있는 안승권 MC사업본부장(부사장)의 의지다. LG전자는 최근 2년간 소비자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춘 ‘이유 있는 제품’들을 선보이며 휴대폰 업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이런 ‘고객 인사이트’ 철학이 제품에 반영돼 최근 LG 휴대폰의 성공시대가 열렸다는 평가다. 또 철저한 사전 점검을 통해 제품의 품질도 몰라보게 업그레이드됐다. 그동안 LG 휴대폰의 이면에는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소비자를 중심으로=LG는 초콜릿폰을 선보인 2005년부터 소비자를 제품 개발의 중심으로 끌어들이는 변화를 택했다. 과거에 ‘보여주기 위한 기술’에 집착했다면, 이때부터 ‘소비자가 원하는 기술’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한 것.
이를 위해 연구 인력과 마케팅 전문가를 한곳에 모아 소비자 조사팀을 발족시켰다. 아예 제품 개발단계에서부터 마케팅 전문가들이 참여해 소비자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또 마케팅뿐 아니라 기술 분야까지 세분화해 통화 성능만 연구하는 팀, 안테나 기술만 생각하는 팀, 사용자인터페이스(UI)만 고민하는 팀 등으로 나누었다. 이들의 연구와 고민의 대상은 바로 고객이었다.
이런 노력의 결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갖춘 제품이 속속 등장했다. 특히 고객들의 의견을 세심히 분석하고 역발상을 거쳐 틈새시장을 공략, 히트 제품을 연이어 내놨다.
LG의 성공시대를 연 초콜릿폰의 비결은 디자인 우선 전략이다. 디자인을 먼저 정하고, 기술이 뒷받침하는 전략으로 개발된 것이다. 매끈한 디자인을 위해 일부 기능을 포기할 정도로 디자인에 매달린 결과는 휴대폰의 액세서리화와 맞물려 큰 성공으로 연결됐다. 이후 LG 휴대폰은 기능을 위해 디자인을 희생하지 않는 ‘선디자인, 후기술’ 전략을 지키고 있다.
초콜릿폰에 이어 1000만대 판매 돌파를 앞두고 있는 샤인폰도 견고한 제품을 원하는 고객 인사이트 철학이 반영됐다. 오래 써도 변하지 않는 견고함을 구현하기 위해 금속 소재를 전면 채택했다. LG는 가공이 어렵고 전파 수신율이 저하돼 휴대폰 외관에는 적용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금속 소재를 새로운 알고리듬으로 극복했다. 특허 출원까지 된 이 기술은 품질의 안정화로 연결돼 고급스러운 메탈 질감을 그대로 살린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결국 히트폰 대열에 합류했다. 또 다양한 색상과 슬라이드 디자인 외에 폴더·바 등 디자인의 변화를 준 제품들로 지역별·연령별 특화된 소비자의 취향을 맞춰 나갔다. 이후 다른 경쟁 휴대폰 업체들도 메탈 소재를 잇따라 신제품에 탑재하기 시작했다.
블랙라벨 시리즈의 세 번째 제품인 시크릿폰도 유럽 시장에서 쾌속질주를 하고 있다. 전면 강화유리 등 신소재와 슬림형 디자인을 채택한 이 제품은 출시 2주 만에 20만대가 넘는 판매를 기록하며 초콜릿폰, 샤인폰 등의 판매 속도를 추월해 나가고 있다.
◇품질·생산성을 높여라=LG 휴대폰의 성공에는 품질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숨겨진 노력도 있었다. LG는 올해 4월 최초로 한국 평택 사업장과 중국 공장 등 글로벌 휴대폰 생산기지의 월 생산량 1000만대를 돌파했다. 특히 작년 9월, 800만대를 돌파한 지 7개월 만에 25%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LG 휴대폰이 세계 수준의 생산성을 달성할 수 있었던 비결은 우선 ‘공용 팰릿 시스템’ 도입을 꼽을 수 있다. 팰릿은 조립되는 휴대폰을 장착해 생산라인에 따라 이송시키는 장치로 한 라인에서 서로 다른 휴대폰을 생산할 수 있게 한다.
LG는 2005년 GSM 단말을 생산하던 청주와 CDMA 라인인 서울 가산동의 생산 라인을 평택으로 일원화하면서 공용 팰릿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전에는 모델별로 생산하는 라인이 지정돼 있어 시장에서 수요가 많은 제품은 라인이 바쁘게 돌아갔지만 수요가 적은 제품을 생산하는 라인은 재고가 쌓이면 라인을 멈춰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또 기존 라인을 새로운 제품을 생산하는 라인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문제도 있었다.
공용 팰릿 시스템은 이러한 문제를 일거에 해소했다. 휴대폰 크기에 맞춰 제작된 팰릿만 교체하면 라인 시스템 전체를 뜯어내지 않고도 모든 휴대폰 라인업을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로 공용 팰릿 시스템을 도입한 후 라인의 생산 모델을 교체하는 데 채 1시간도 걸리지 않게 됐다. 이러한 공정 혁신을 통해 LG전자는 5초에 한 대의 제품을 생산해 내고 있다.
생산성뿐 아니라 품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더욱 강화됐다. 모든 휴대폰의 양산 이전 단계에서 수만번의 극한 실험을 진행하는 제품 인정실이 대표적인 곳이다. 특히 극한 상황의 시뮬레이션 테스트로 내구성·강도·정확도 등을 철저히 체크, 향상된 품질을 제공한다.
또 평택 공장 5000여평의 공장에 최첨단 미세 오염물질 흡진 시스템을 이용해 청정 공정 환경도 만들었다. 바람을 이용해 공장 안의 미세먼지를 바닥으로 내린 후 환기 시스템을 통해 자동 방출시키는 미세먼지 제거 시스템을 이용해 휴대폰에 이물질이 들어가는 것을 차단한 것이다. 이물질 및 정전기가 발생하면 자동 감지하는 시스템도 도입해 미세한 먼지에도 반응하는 휴대폰의 품질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제고해 나가고 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