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화소 카메라폰 ‘뷰티’는 고객 인사이트가 반영된 LG의 대표적인 휴대폰이다.
뷰티는 높은 화소나 화질 등 기술적인 부문과 촬영 기능을 강조한 경쟁 제품과는 달리 사진을 보는 즐거움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다. ‘사진은 보기 위해 찍는다’는 가장 기본적인 고객 인사이트를 제품에 적용한 것. 이를 위해 촬영한 사진을 빠르게 저장, 편집, 간편하게 꺼내 볼 수 있는 기능에 초점을 맞춰 뷰티를 개발했다. 3인치의 대형 화면에 촬영해 놓은 사진을 터치로 간편하게 편집하고 메모할 수 있는 포토 에디팅 기능도 적용했다.
또 중·장년층의 휴대폰 사용 행태를 면밀히 분석해 출시한 ‘와인폰’, 파스텔톤 색상과 이모티콘 조명을 외관에 적용한 ‘아이스크림폰’ 등도 고객이 원하는 것을 구현한 사례다. LG 측은 소비자가 원하는 기능은 대폭 강화하고, DMB 등 최신 기능이라도 타깃층에 맞지 않으면 빼는 ‘이유 있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경쟁사들이 터치폰을 잇따라 출시하는 것과는 다르게 터치를 어려워하는 사람을 위해 기존에 익숙한 키패드도 넣어 덜 불편하게 만든 ‘디스코폰’도 선보였다.
최근 선보인 시크릿폰도 디자인의 강점만 내세워 개발했다면 최소 3∼4개월 빠르게 출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디자인의 이점을 살리면서도 오랜 시간 간직하더라도 늘 새로운 제품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강화유리와 탄소섬유를 적용하는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LG는 이 같은 고객 인사이트를 발굴하기 위해 세계의 소비자를 직접 찾아가기도 하고, 각종 블로그나 웹사이트 등 소비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모든 채널을 동원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도출된 수십개의 마케팅 인사이트 가설의 컨셉트를 다듬고 제품으로 구현한다. 또 마케팅 전략 수립 및 고객 반응 모니터링 등 모든 과정에서도 고객 인사이트 활동이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올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08’에서 LG는 향후 휴대폰 사업 방향을 △기능의 단순한 사용 △디자인의 혁신적 변화와 슬림화 △개인 맞춤형 유저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 구현 등을 언급하며 고객의 휴대폰 사용 패턴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천명했다.
특히 카메라·뮤직·블루투스 등 각종 기능의 사용법이 복잡, 불편하다는 고객 인사이트 분석 결과를 토대로 사용자들이 단순하고 직관적인 조작만으로도 휴대폰의 복잡한 기능들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제조업체가 시장을 주도하던 시대가 가고,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누가 더 빨리 제공하는지가 성패를 가름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전략적 판단 아래 소비자층을 세분화해 타깃 소비자가 원하고 갖고 싶은 제품을 선보이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유럽 시장에 선보인 중저가형 풀터치폰 ‘쿠키’는 이런 전략을 엿볼 수 있는 제품이다. 기존에 출시되고 있는 터치폰이 500∼600유로대의 비싼 가격 장벽으로 구입을 망설인다는 소비자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LG는 그 절반의 가격으로 다양한 연령층의 소비자가 부담 없이 풀 터치폰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LG는 이 같은 고객 인사이트 발굴 및 제품 개발 활동이 결국 경쟁사와의 근본적인 경쟁력 차이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