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온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가 “무어의 법칙은 더 이상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발머 CEO는 3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초청으로 방한,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가진 ‘IT산업 전망과 MS 미래경영전략’이라는 주제의 특별강연에서 “트랜지스터 발열이 너무 많기 때문에 무어의 법칙은 현 물리학에서는 더 이상 실현되기 어렵다”며 “다른 방식으로 프로세서가 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MS와 인텔은 지난 30년간 PC로 대변되는 IT산업을 함께 이끌어온 동지이자 서로의 멘토였다. 80년대 초반 IBM·애플 등 골리앗에 맞서 서로를 의지하면서 표준화로써 세계 IT시장의 절대 강자로 부상했다. 이 때문에 그의 이번 발언은 더욱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그는 “프로세서의 혁신보다도 스크린, 음성인식 등의 발전으로 컴퓨터가 보고, 이해하고, 모두 감지할 수 있게 된다”면서 컴퓨터의 미래를 예상하고 “10년간 큰 변화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MS의 사업 방향 전환도 언급했다. 그는 “PC나 서버 외에 휴대폰 등과 같은 기기에 탑재되는 스마트한 소프트웨어(SW) 등의 투자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며 “다른 산업과 관계를 맺어 이런 혁신이 앞으로 10년 동안 실제로 다가올 수 있도록 협력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클라우드컴퓨팅 기술과 관련 타 SW까지 제공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선보였다. 그는 “IT 발전이 빨라 자체적인 IT 인프라를 사내에서 운용하는 것은 10년 후에는 줄어들 것”이라며 “클라우드컴퓨팅 기술을 제공, MS뿐만 아니라 오라클, 구글까지 최신의 기술을 빨리 사용해 기업이 민첩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클라우드컴퓨팅 기술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아니라 대형 데이터센터 등을 통해 최적의 SW 및 HW 환경을 빌려 쓰는 최신 흐름이다. 발머 CEO는 세계 경제가 어려운 상황일수록 기업이 성장과 혁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고 위축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MS는 투자를 줄이지 않을 것이고 이미 주주들에게 2009 회계연도 운영비용을 40억달러 더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이는 비용 증가액으로는 가장 큰 규모”라고 전했다.
스티브 발머는 이날 이명박 대통령, 남용 LG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만나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남용 부회장, 이윤우 부회장과는 휴대폰용 운용체계인 윈도모바일 등을 포함한 다양한 협력 방안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현대·기아차와 MS, 정보통신연구진흥원이 함께 설립한 ‘차량IT혁신센터’ 개소식에 참석, 3개사가 국내 중소기업의 미래형 첨단 차량 IT 개발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발머 CEO는 3일 1박 2일 일정의 한국 방문을 마치고 다음 행선지인 일본으로 이동했다.
유형준·김준배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