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는 심사 품질이 세계에서 우리의 지식재산권 역량을 가늠하는 주요 잣대가 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가 앞으로 계속해서 지재권 선진 5개국으로 남을 지 여부는 심사품질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달로 취임 6개월을 맞은 고정식 특허청장(54)은 최근 제주도에서 열린 ‘지재권 분야 선진 5개국 청장 회담’의 향후 과제를 이같이 한 마디로 압축해 평가했다. 고 청장은 이번 회담을 통해 우리나라가 5대 지재권 선진국 대열에 본격적으로 합류했다는 기쁨도 뒤로 한 채 심사 품질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지재권 출원 4대 강국에다 그간 축적된 특허행정 업무의 전자화 등을 통해 5대 지재권 선진국 대열에 오르기는 했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전 세계가 인정하는 진정한 지재권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원칙인 심사 품질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가 취임 후 가장 먼저 변화를 준 부분 역시 심사정책 분야다.
과거 획일적으로 단축하던 특허심사 처리기간을 ‘빠른 심사’ ‘보통 심사’ ‘늦은 심사’ 등 고객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수요자 중심의 심사 정책으로 바꿨다. 특히 고품질의 특허 심사 서비스를 위해 ‘심사품질 개혁 추진 전략’을 수립, 특허 심사의 패러다임을 질적 위주에서 품질 위주로 전환했다.
이러한 철저한 심사 품질 관리 노력은 최근 들어 빛을 발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3M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앞다퉈 특허청에 특허협력조약(PCT)에 따른 국제특허에 대한 국제조사를 신청하고 있다. 올해는 전년 대비 세 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KAIST 사무관 특채 출신인 그가 취임 당시부터 주창한 ‘지재권 중심의 기술획득 전략’은 향후 만성적인 기술 무역적자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전략은 미래 시장을 주도할 상품을 예측한 후 이를 구현할 핵심·원천 특허 등에 대한 최강의 지재권 포트폴리오를 획득하는 것이다. 올해 들어서는 조선·메모리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임베디드 SW 등 4개 분야를 시범 사업으로 추진, 나날이 치열해지는 지재권 경쟁 시대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짧은 기간이지만 현장의 목소리와 창의적 문제 해결을 중심으로 하는 고 청장의 실용적 리더십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다.
그는 “우리나라가 세계 지식재산 경제 체제를 주도하고 지재권 중심 국가(IP 허브)로 나아가기 위해 심사관의 역량을 높이는 한편 수요자들이 정말로 고마워하는 정책을 수립·추진해가겠다”고 덧붙였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