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수출 `위기를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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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 외환 창출과 운용의 곳간 역할을 해온 정보기술(IT) 수출이 흔들리고 있다. 내년 세계 실물 경기가 더 악화될 상황에서 IT 수출 확대를 위한 대책 마련이 업계와 정부 모두에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지식경제부가 3일 발표한 ‘10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378억9000만달러, 수입은 366억7000만달러로 12억2000만달러의 월간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이로써 올해 1∼10월 무역수지 누적적자는 134억5000만달러로 줄었으나 지난달 수정 전망치인 연간 60억달러 적자 달성은 무산됐다.

 수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로 간신히 턱걸이를 했다.

 문제는 수출 규모는 물론이고 흑자를 도맡다시피 했던 IT 수출이 품목별로 일제히 둔화 또는 감소세로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수출 규모 1위 품목인 반도체는 올해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7월부터 4개월 연속 수출 감소세를 이어갔다. 수출 감소율은 1∼9월 7.9%에서 10월에는 26.4%로 확대되면서 수출 규모 7위로 떨어졌다. 가전 수출 증가율은 1∼9월 7.3%에서 10월에는 -28.4%로 추락했다. 최근 들어 20∼30%대의 가파른 증가율을 타오던 디스플레이 수출도 -2.8%로 곤두박질했다. 휴대폰 수출이 그나마 13.5%의 증가율로 선전하기는 했으나, 이 또한 지난 9월의 39.8% 증가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수치다. 전 세계 IT 수요 감소가 본격화되는 내년 우리는 ‘개도국·신흥국 중심의 수출 확대’ ‘일본 IT 제품의 틈새시장 공략’ 등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유수근 지식경제부 정보통신총괄과장은 “반도체와 PC가 경기 선행품목으로서 다소 안 좋은 상황이지만, 그 빈자리를 휴대폰과 최근까지 디스플레이가 잘 막아줬다”며 “우리나라 IT 수출 체력이 그만큼 좋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예전처럼 반도체·PC 등 몇몇 품목에 IT 수출 전체 기조가 좌지우지되지 않을 정도로 품목 다변화와 체질이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이맘 때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지금의 실적도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게 관계 당국의 분석이다.

 문제는 두 버팀목도 불황의 영향권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디스플레이는 판매가격 하락으로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으며, 휴대폰은 폭발적인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11월 시작하는 연말 특수가 실종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우선 엔화강세를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본 기업들의 가격경쟁력 하락은 우리 IT 수출 기업들에 더없이 큰 ‘호재’다. 당장 중국, 동유럽, 인도, 중동, 남미 등 신흥시장에서 우리나라가 IT 제품 대일 경쟁력을 굳게 다질 수 있는 기회다. 지속된 대일무역적자 해소에도 긍정적 신호가 될 수 있다. 강명수 지경부 수출입과장은 “최근 엔화강세는 우리나라의 대일무역 역조에 변곡점을 가져올 수 있는 긍정효과도 안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5년간 IT 수출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3분의 1 규모를 차지하며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 603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의 흑자를 냈던 IT 무역수지는 올해 다소 꺾일 전망이다. 4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무역투자진흥회의서 IT 분야에 특화한 수출 강화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