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물을 공정하게 사용함으로써 110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됐으며, 노동자 1인당 평균 급여는 4년 만에 5만4000달러에서 6만9000달러로 크게 성장했다.’
최근 한국정보통신연구진흥원이 발표한 ‘미국의 저작권물 사용과 그로 인한 파급효과’ 보고서 내용이다.
2006년 저작권물을 정당하게 사용함으로써 일어난 미국 시장의 매출은 2002년에 비해 31% 증가한 4조500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분의 1이며 미국 경제 성장 기여도는 18%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한 사용에 의해 1100만개의 고용이 창출됐으며 미국 노동자 8명 중 1명이 이에 의한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산업 기반이 되는 핵심 산업의 성장에는 날개를 달아줬다. 정당한 사용에 의해 4년 동안 매출 중 핵신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6%로 늘어났으며 핵심산업 매출은 4년간 42%, 비핵심 산업의 매출은 2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산업 노동자 1인당 평균 급여도 핵심산업의 성장을 말해줬다. 평균 급여는 2002년 연간 5만4000달러에서 2006년 6만9000달러로 크게 상승했으며, 핵심산업은 이보다 큰 5만6000달러에서 7만8000달러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지식이 곧 산업이 되는 지식 기반 사회에서 ‘지식’에 대한 권리 중 하나인 저작권은 시장을 만들고 고용을 창출하는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일자리 만드는 SW 저작권=1998년 위기에 처한 한글과컴퓨터를 구한 것은 PC 한 대당 하나의 SW 라이선스를 구매하는 바로 ‘한소프트 회원 운동’이었다. 9900원짜리 ‘아래아한글 8·15 버전’은 당시 100만카피 이상이 팔려나갔다.
워낙 불법 복제가 판을 치던 시절이라 정품 SW 가격은 평균 18원 정도라는 집계가 나오는 시점이었다. 한소프트 회원 운동은 적자에 허덕이던 한글과컴퓨터를 살려냈을 뿐 아니라 불법복제 문화 속에서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확산 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업계에서 이 사건을 SW산업 형성의 근간으로 평가하는 이유다. 이러한 일이 시초가 돼 저작권은 SW 개발자가 갖는다.
개발자는 SW를 사용하도록 허가하고 이의 대가를 받는다. 이 대가는 SW 기업의 매출이다. 이렇게 지켜진 SW기업은 고용을 창출한다. OECD 자료에 따르면, SW산업은 매출 10억원당 24.4명의 고용 효과를 내는 미래 전략 산업이다. 이에 비해 일반 제조업은 2.05명을 낼 뿐이어서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또 매출 10억원당 부가가치율도 28.7%에 이른다. 자동차는 20.6% 정도에 머물렀다.
안철수 KAIST 석좌 교수는 한 강연에서 SW가 토목이나 건설보다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하는 효과를 낳는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SW가 어떻게 보면 토목과 건설보다 노동집약적이라고 할 수 있다. 건설은 인력뿐만 아니라 원자재도 필요하지만 사람이 차지하는 인건비는 일부다.
그러나 SW는 대부분 인건비다. 활성화되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고 전문 인력도 키울 수 있다. 국가와 가정에서 많은 교육비를 들여 키워놓은 수많은 대졸 인력을 제대로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조사기관인 IDC는 지난 1월 SW 경제 연구 보고서를 발표하고, 세계 SW 불법복제율 10% 낮아지면 400조원에 이르는 경제 성장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로써 240만개의 신규 고용을 창출할 수 있으며, 증가하는 총 조세 수입은 67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향후 4년간(2008∼2011년) 국내 SW 불법복제율을 10% 줄이면 약 1조3000억원의 경제 상승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약 7400억원의 추가적인 조세 수입의 증가와 약 7600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돼 경제 회복의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SW 산업의 생산 규모는 171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1.6%를 차지했으며, 25억4000만달러의 조세 수입을 창출했고, 54만7000여명의 IT 일자리와 3만여개의 기업을 유지시켜 준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에도 시장을 만드는 구조를 만들자=그동안 한국 SW 시장은 급성장했다. 한국SW진흥원과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생산은 지난 5년 동안 1.8배가 성장했으며, 수출은 4.6배가 늘었다. 한국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06년까지 GDP 비중은 0.30%포인트 올랐고, 성장 기여율 또한 4.9%포인트 올랐다.
이러한 성장의 근간에는 저작권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한몫을 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사무용SW연합(BSA)이 올 5월 발표한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불법 복제율은 43%로, 작년 대비 2%포인트 하락했다.
조사를 시작한 2004년 이후 5년 연속 떨어진 것이다. BSA가 불법복제율을 산정하는 방식은 연간 출하되는 PC 대수에 PC 대당 평균 설치되는 SW 개수를 곱해 한 해 동안 설치된 총 SW 수량을 구하고, 연간 SW 판매수익을 평균 SW 단가로 나눠 연간 적법하게 판매된 SW수를 구해 불법복제율을 계산한다.
한정된 공간에서 오로지 개인사용 목적으로 하는 SW복제는 사적복제로 불법복제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불법복제율은 이보다 낮아질 수 있지만 연간 현황을 비교할 수 있는 자료다.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나라도 저작권에 대한 인식은 차츰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정품 SW 값이 평균 18원으로 추산됐던 10년 전에 비하면 엄청난 성과다.
이는 정부를 비롯한 여러 단체가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불법 복제를 근절하기 위한 단속 활동을 펼친 결과로 보인다. 올 초 정보통신부가 8개 체신청 상시단속반의 단속 결과와 1228개 가정을 방문해 설문조사를 펼친 결과에 따르면, 국민 의식과 사용 풍토가 SW 사용에 영향을 준다는 데 47.7%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또, 정부의 강력한 단속과 정품사용의 솔선수범이 정품사용에 영향을 준다는 것에도 42%가 그렇다고 응답한 바 있다.
하지만 아직도 SW 불법복제로 인한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BSA가 추산한 피해 금액은 5400억원으로, 2006년에 비해 1000억원가량 늘어났다. 게다가 서버용 SW나 커스터마이징이 필요한 SW는 불법 여부를 집계조차 하기 힘들다. 전체 경제 성장을 위해 저작권 인식 강화 활동과 함께 사각지대를 없애는 노력도 필요한 이유다.
김지욱 한국SW저작권협회 부회장은 “저작권을 보호하는 것은 SW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라며 “SW 시장은 높은 부가가치와 높은 고용률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SW 저작권은 경제 성장의 중요한 잣대”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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