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으로 내모는 `환율 공포`

 외산 PC·프린터 업계에 감원 칼바람이 불고 있다.

급격한 환율 상승으로 실적 하락이 예상되는 가운데, 외산 업체를 중심으로 인력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 높아진 환율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외산 업체들이 인력 운용에 고삐를 죄는 것으로 풀이된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도시바코리아, 레노버코리아, 한국후지제록스 등 다수의 업체가 감원을 마쳤거나 현재 진행 중이다.

레노버코리아는 전체 인력의 절반이 넘는 10명 가량을 감원했다. 레노버코리아는 올해 1분기 1만9000대를 팔아 지난해 동기 대비 판매량이 4000대 이상 감소했다. 2분기에는 전 분기 판매량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9500대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 상반기 판매량이 지난해 8만5000대의 3분의 1 수준에 머무른 것. 판매량 추락에 환율 상승까지 겹쳐 수익성 악화가 가시화하자 감원의 칼을 빼들었다.

레노버코리아 관계자는 “영업환경의 어려움으로 일부 인력 조정이 있었다”며 “조정된 인력 대부분이 파트너 쪽으로 배치돼 채널이 강화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바코리아도 감원에 나섰다. 도시바코리아는 최근 임원 2명을 내보낸 데 이어 추가 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코리아는 2분기 판매량이 전년에 비해 10% 가까이 줄며 고전을 겪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사업환경 악화로 인력 조정이 있지만, 업계에선 빈번한 일이다”라며 말을 아꼈다.

한국후지제록스도 10여명의 임직원을 내보냈다. 이 회사는 간부급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아 인력을 조정했다. 한국후지제록스 관계자에 따르면 수년 만에 희망퇴직 형태로 감원을 진행했다.

지난 9월 휴렛팩커드(HP)는 임직원의 10%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한국HP는 인력 조정의 첫번째 원인인 EDS 인력이 한국에는 많지 않기 때문에 글로벌 감원 여파에는 휩쓸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HP 관계자는 “아직 회사 차원의 구체적인 논의는 없다”면서도 “실물경기 악화로 (감원은) 얼마든지 예측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라며 인력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외산PC·프린터 업계 한 관계자는 “환율이 곧바로 실적으로 연결되는 업계의 특성상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업계 분위기가 최악이다”라며 “현재의 인력 구조조정은 초기 단계로 감원 바람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