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전자업체 수출 포기 `속출`

국내 중소 전자업체의 수출 길까지 가로막히고 있다.

실물경기 위축과 요동치는 환율로 일본·중국 부품 의존도가 큰 기업의 경우 제품 공급 가격을 맞추지 못해 계약을 파기하는가 하면 글로벌 시장 개척의 첨병 역할을 했던 국제 전시회 참가까지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4일 정보통신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이달 18일부터 마카오에서 열리는 ‘GSMA 모바일 아시아 콩그레스’에 국내 기업은 4개사만 독립 부스로 형태로 참가할 예정이다.

이 전시회는 아시아 최대 GSM 전시회로 매년 단말기와 장비업체가 한국관을 구성해 참여해 왔다. 그러나 올해에는 예산 부족과 높아진 환율 등을 이유로 참가 업체가 절반 이상으로 줄면서 결국 ‘한국관’ 구성을 취소키로 결정했다. 이번 행사를 진행했던 에이전트사 측은 “매년 정보통신산업협회 지원으로 한국관을 구성해 참가했으나 올해는 참가 업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한국관 구성이 무산됐다”며 “최근 환율 파동 영향으로 대기업도 힘들지만 중소업체는 거의 벼랑 끝으로 몰리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나마 자금 유동성에 숨통을 터주던 수출 길이 막히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저가형 GSM 휴대폰을 수출하는 한 중소기업은 올 여름에 출시한 저가형 GSM 휴대폰이 동남아에서 인기를 끌자 50만대 가량의 추가 주문을 받았지만 가격을 맞추기 힘들어 사실상 수출을 포기했다. 현지 사업자는 자국 달러화 상승과 현지 제품 가격 인하 추세를 반영해 추가로 10% 정도의 가격 인하를 요청했지만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이 업체의 한 관계자는 “일본과 중국산 부품 비율이 50%에 달하는데, 엔화는 물론 위안화까지 강세를 보여 비용이 몇 개월 새 40% 가량 올랐다”며 “제품 가격 인하 요구까지 감안하면 도저히 수익을 맞출 수 없어 생산 포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원화 약세에 비해 강세를 보이는 엔화와 위안화의 영향으로 최근 몇 개월 동안에 대부분의 부품 가격이 최고 40% 가까이 뛰었다. 여기에 해당 수출국의 가격 인하 요구도 날로 거세지면서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중소업체는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한편 한국은행은 2127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10월 기업경기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제조업 11월 업황 전망 기업경기 실사지수(BSI)가 65로 전월 78에 비해 13포인트나 급락하면서 98년 4분기(55)이후 가장 낮았다고 밝혔다.

업황 전망 BSI가 100 미만이면 한달 후 경기를 나쁘게 보는 기업이 좋게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고 100을 넘으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장영재 한은 통계조사팀 과장은 “11월 전망 BSI는 월별로 통계를 낸 2003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면서 “그 이전에는 분기별 전망치를 발표했는데, 98년 4분기 55 이후 65보다 낮은 수치는 없었다”고 말했다.

강병준·양종석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