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후보는 정부의 역할을 중시한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고수해온 부시 정부와는 기조부터 다르다. 필요하다면 정부가 직접 개입하고 규제하며 통제해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시각은 대외적으로 미국 보호주의 무역 노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미국 경제 위기의 골이 워낙 깊어서 오바마 정책의 초점이 자국 시장과 기업을 보호하는 데 맞춰질 것이란 해석이 많다.
반(反)덤핑 소송을 통해 수입 제한에 나서게 되면 대미 무역 관계에 적잖은 긴장이 조성될 수도 있다. 중국에 위안화 인상을 요구하는 등 부시 정부보다 강경한 태도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는 FTA의 무분별한 확대에도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미국이 해외에 일자리를 빼앗겼다고 주장한다. 한미 FTA도 반대한다. 해외에 업무를 맡기는 이른바 ‘오프쇼어링’ 기업에도 세금 혜택을 없애는 방향으로 미국 내 일자리를 보호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미국 사회의 논란이 되고 있는 전문직 비자(H1-B) 확대에 대해서도 신중하다. 고급 인력 확보를 위해 석사 이상 학위자에게 문호를 개방하겠지만, 원칙적으로는 교육을 통해 미국 시민을 고급 인력으로 양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외교 관계에서도 큰 축이 바뀐다. 오바마는 강경 정책을 고수해온 부시 정부와 공화당의 외교 정책과 크게 차별화할 것으로 시사해왔다. 지난 20년간 미국 대외정책의 기본틀은 군사력과 기축통화 달러에 기초한 일극주의였다.
오바마는 다자구도의 외교틀을 중시한다. 이라크 전쟁을 비난했으며 대선공약에서 북핵 6자회담와 같은 새로운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오바마는 부시 정부가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도 대화할 수 있다는 유연한 태도를 보여 주목된다. 적성국 지도자도 만나 다자체제나 국제기구를 거쳐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견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북·미 직접 대화로 한반도 정세 안정가 기대되며, 이에 따라 한국 신용 등급의 상승 효과도 발휘될 것”으로 예상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