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W시장 경기침체 유령 `어슬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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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반기 들어 가속화된 환율급등과 경기침체 부작용이 IT 하드웨어(HW) 시장 곳곳서 현실화되고 있다. IT시장의 공급자와 수요자 양쪽에서 단순한 경기지표 상의 ‘위기감’이 아니라 ‘위기현상’으로 번져가는 상황이다.

 ◇마이너스 매출 우려=한국IBM은 지난 6월 경쟁사를 제치고 KT·KTF·KTH 등 KT 계열사 x86서버 연간 통합공급사업을 수주했으나 기쁨도 잠시, 환율 급등으로 인해 밑지고 파는 것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연간 공급사업은 최초 계약 때 세부 옵션까지 단가가 원화로 정해지기 때문에 환율 상승 시기에는 외국계 업체에 불리하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6월 초만 해도 1000원대 초반이었으나 최근 1200∼1400원대를 넘나들며 30% 가량 상승했다.

 게다가 KT그룹 같은 상징적인 사업건은 업체간 경쟁이 워낙 심해 애초부터 수주 가격이 낮게 잡히게 마련이다. 한국IBM 관계자는 “정해진 계약인 만큼 예정대로 공급하지만 수익성은 우려된다”고 밝혔다.

 ◇사업계획 수립 난항=부작용은 공급자뿐 아니라 수요자 쪽에서도 나타난다. 올 연말 200테라플롭스급 기상용 슈퍼컴퓨터 발주를 앞둔 기상청은 최근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외국계 서버업체 시장조사를 통해 550억원을 사업 예산으로 수립했으나 당시 기준환율 900원대 후반에 비해 환율이 30∼40% 가량 올랐기 때문이다.

 현 예산대로 사업을 진행한다면 단순 계산으로는 기존에 도입하려던 성능의 3분의 1은 포기해야 할 상황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환율 추이를 좀더 지켜본 후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시장 진출 보류=환율 외에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가시화되면서 한국 진출을 꾀하던 외국계 IT기업이 법인 설립을 연기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미국에 본사를 둔 HW업체 A사는 올 하반기 중 한국법인을 세우기 위해 지사장 인선 작업까지 진행했으나 최근 경기 불안 등을 이유로 법인 설립을 보류했다.

 이 회사의 한국법인 설립 추진에 참여한 관계자는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 경기가 좋지 않아 보수적으로 사업을 벌인다는 본사 방침에 따라 한국 진출이 연기됐다”며 “내년 초 경기 흐름을 확인한 후 한국 진출이 재논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