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퍼의 국내 테라급 라우터 시장 공략이 시작됐다.
지난 2006년 국내에 첫 테라급 장비인 ‘CRS-1’을 선보이며, 시스코가 경쟁에서 한발 앞서간지 2년여 만의 반격이다.
시스코시스템스와 주니퍼네트웍스 간 물고 물리는 대용량 라우터 경쟁의 재연이다. 특히 라우터로 성립된 두 회사의 대결은 기술은 물론 회사의 자존심까지 걸려 있다는 점에서 더 흥미롭다.
4일 업계에 따르면 KT가 ‘코넷 대용량 코어 라우터’에 대한 정보제안요청서(RFI)를 접수하고, 장비 평가작업에 들어갔다.
◇1.6테라급 ‘T1600’의 반격=시스코는 지난 2006년 테라바이트 제품인 ‘CRS-1’을 통해 주니퍼에 빼앗겼던 구로, 혜화 코넷센터 백본을 되찾았다.
2001년 주니퍼의 라우터 ‘T640’에 자리를 빼앗긴 지 5년여만의 반격이었다. 국내 시장에서 무섭게 성장하던 주니퍼의 행보에 첫 제동이 걸린 사건이었다.
CRS-1은 모듈, 스위칭 패브릭, 운용체계(OS)까지 모두 바꾼 제품으로 시스코의 자존심이 걸린 제품이었다.
하지만 2년여만에 주니퍼의 반격이 시작됐다.
1.2테라바이트급인 시스코의 CRS-1보다 더 용량이 큰 1.6테라바이트급 ‘T1600’을 통해서다. 지난해 6월 제품 출시된 제품이지만, 국내에서 도입을 염두에 두고 통신사업자가 평가를 진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줄기찬 도전, 상징적 한계=지난 2006년 시스코의 CRS-1에 일격을 당한 이후 주니퍼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반격을 시도했다.
올해 상반기 SK브로드밴드의 부산지역 백본용 노드에 테라급 라우터인 ‘T640’ 제품 2대를 공급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전까지 주니퍼는 SK브로드밴드에 일부 보안제품을 공급하기는 했지만, 네트워크 제품을 공급하기는 당시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테라비트급 장비가 아니라는 점에서 시스코에게 한 수 접어줄 수 밖에 없었다.
이 같은 점을 만회하기 위해 지난해 6월 본사에서 T1600을 출시하기는 했지만, 국내에서는 기회를 찾지 못했었다.
◇KT 심장을 두고 벌이는 ‘3차전’=이번 KT의 평가를 두고 업계에서는 ‘KT의 심장’을 두고 벌이는 3번째 격돌로 보고 있다. 테라급 라우터가 필요한 곳은 국내에서 가장 트래픽이 많은 구로와 혜화 2곳, KT의 심장과도 같은 코넷센터뿐이다.
지난 2001년 주니퍼의 구로, 혜화 2곳의 코넷센터 확보, 2006년 시스코의 CRS-1에 의한 탈환에 이은 3번째 승부다.
업계 관계자는 “재반격을 당했던 주니퍼가 시스코에 다시 도전장을 내민 형국”이라며 “이번 주니퍼의 T1600에 대한 평가가 코넷센터 라우터의 교체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평가를 진행하는 주니퍼나 이를 지켜보는 시스코 등 양사 모두가 촉각이 곤두세우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