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성신문은 ‘2030 여성희망 리더 20인’을 뽑았다. 이들은 말 그대로 여성에게 희망을 주는 각계 각층의 20·30대 여성이다. 베이징에서 세계를 들어올린 역도 선수 장미란이나 칸의 여왕 배우 전도연,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등 내로라하는 여성이 포함돼 있다.
20인 속에 게임 관련 인물이 들어 있다. 스타크래프트 종목 프로게이머 서지수(STX 소울)다. 문학이나 언론, 예술, 스포츠 등 우리 사회의 대표적 관심 분야와 게임이 어깨를 나란히 한 셈이다.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20인 속에 포함된 까닭을 본인에게 물어봤다. “더 잘하라는 격려겠죠”라는 담담한 답변이 왔다. 이유는 분명하다. 프로게이머로서 서지수가 거둔 성과가 아직 초라하기 때문이다.
여성 프로게이머로서 서지수의 활약은 대단했다. 2002년 열 일곱 살의 나이로 스타크래프트 여성부 대회에 출전, 짧은 기간 내에 4개 대회를 석권했다. 남보다 좋은 외모 덕에 세간의 관심도 집중됐다.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됐다’는 말이 당시 그녀의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참 자신감이 붙고 있는데 대중적 인기가 떨어지자 여성부 대회가 속속 없어졌다. 선택의 기로에 섰다. 포기하지 않으면 남성들과 함께 프로게이머 세계에서 경쟁해야 했다. 서지수는 도전을 택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프로게이머 7년차지만 아직 공식대회에서는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서지수는 “솔직히 연습을 열심히 하지 않았는데도 여성 대회 때는 우승을 차지한 적도 있어서 남성과의 경쟁을 만만하게 봤다”며 “포기하고 싶은 적도 많았지만 조금씩 실력이 늘고 있다는 느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사실 서지수는 연습경기에서 개인리그 우승 경험이 있는 톱 클래스 선수도 이긴 경험이 있다. 유달리 공식 경기에서 운이 따르지 않은 아쉬움도 있지만 패장은 유구무언이다.
그녀에겐 분명한 목표가 있다. 공식전 첫 승이다. 그 다음에는 개인리그 본선 진출이다. 서지수는 그 시기를 묻는 질문에 “올해 이루고 싶었지만 실력이 부족했다”며 “내년에는 반드시 그 목표를 이뤄내겠다”고 결의를 보였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금녀의 영역은 남아 있다.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세계도 그중 하나다. 남성과의 경쟁을 피하지 않는 서지수의 끈질긴 도전이 그녀를 희망 리더로 만든 원동력이다. 여성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인기 있고 그에 걸맞게 실력도 있는 프로게이머 서지수로 성장하는 날을 많은 e스포츠 팬은 바라고 있다.
장동준기자 dj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