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불황의 그늘에 신음하고 있는 국내 미술계가 박수근 화백의 ‘빨래터’ 진위를 두고 내홍에 휩싸였다.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작품인 ‘빨래터’의 진위 논란의 불똥이 서울대까지 옮겨붙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대는 ‘빨래터’에 대한 과학 감정을 의뢰받아 분석한 기초과학공동기기원 정전가속기연구센터 윤민영 교수의 분석 보고서에 대한 진상 조사에 나섰다. 서울대는 이미 지난달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으며, 감정의뢰 접수 절차와 분석 내용 등을 조사하고 있다.
윤 교수가 지난 7월 과학감정 결과를 발표한 후 형식과 분석 내용 모두에 문제점이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었다.
과학감정 보고서가 내부 결재 절차도 밟지 않았고, 진위를 판정하기 위해 비교 대상으로 사용한 기준 작품도 임의적인 선정을 해 허점투성이라는 것. 특히 최명윤 명지대 교수는 “해당 보고서는 조작됐다”며 집중적으로 반론을 제기해 왔다.
최 교수는 “윤 교수가 빨래터의 캔버스와 액자를 1948∼1952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연대측정하면서 적용한 모델값이 다른 심포지엄때 발표한 내용과 다르다”며 “기존에 제시해온 모델값을 적용하면 빨래터는 1990년이후에 그려진 그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 교수는 “일일이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빨래터’는 지난해 5월 서울옥션을 통해 45억2000만원에 거래된 뒤 12월 미술 전문 격주간지 ‘아트레이드’가 위작 의혹을 제기하면서 진위 논란에 휩싸여 왔다. 서울옥션은 올해 1월 아트레이드측을 상대로 명예훼손 등에 따른 30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