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경기 위축과 공공 부문 예산 절감 등으로 10억원 대 규모의 프로젝트에도 대형 IT서비스 기업을 포함한 다수 기업이 경합하는 등 국내 IT서비스 시장이 벌써 부터 혼탁양상을 빚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최근 보안 강화 차원에서 21개 부처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망분리사업(네트워크 분리 사업)의 경우 각 사업당 예가가 20억원 안팎이지만 많게는 6개 기업이 수주전에 뛰어드는 등 과당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사업자가 선정된 방송통신위원회 네트워크분리사업에는 현대정보기술, 삼성SDS, KT, LG데이콤, SK브로드밴드, LG엔시스 등 국내 대표적인 IT서비스 기업은 물론 통신사업자 등 6개사가 경합해 현대정보기술이 사업권을 따냈다.
바로 전에 실시된 지식경제부 망 분리 사업에도 KT, 삼성SDS, 포스데이타, 한전KDN 등 6개사가 경합했다. 2개 사업의 배정 예산은 20억원 규모였으나 경쟁이 격화되면서 최종 낙찰 금액은 배정예산의 75∼80% 수준에서 결정되는 등 출혈 경쟁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공공 부문 직원들을 놀리느니 적자라도 사업을 수주하는 것이 그나마 낳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IT서비스 기업의 한 관계자는 “올해 공공부문 정보화 수요가 크게 감소해 하반기 이를 만회하기 위해 기업들이 규모를 따지지 않고 입찰에 참여하는 상황”이라며 “대형 IT서비스 기업의 경우 20억원 미만 가격이 예상되는 프로젝트에 올 중반까지만 해도 거의 참여하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이러한 불문율이 깨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지식경제부가 내년 4월부터 공공 정보화 사업 대기업 참여 하한 금액을 현행 20억원(매출 8천억원 이상 기업), 10억원(매출 8천억원 미만 기업)에서 각각 40억, 20억원으로 상향 조정키로 발표하면서 앞으로 공공 정보화 사업의 혼탁 양상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한편 정부의 망 분리 사업은 지식경제부, 방송통신위원회, 감사원 등 10여개 부서가 사업자를 선정했으며 노동부, 관세청, 청와대 등 10개 부서의 사업자 선정과정이 진행중이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