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테크윈이 결국 디지털 카메라 사업부를 분리했다.
삼성테크윈은 6일 이사회를 열어 사업 연관성이 적은 카메라 사업 부문과 정밀기계 사업 부문을 분할, 카메라 사업을 전담할 ‘삼성디지털이미징(SDIC)’을 설립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기존 삼성테크윈은 변경 상장 절차를, SDIC는 재상장 절차를 거쳐 내년 2월 말 증권선물거래소에 각각 상장할 예정이다.
‘삼성디지털이미징(SDIC)’은 다음 달 19일 분할 승인 주총을 거쳐 내년 2월 1일 정식 출범한다. 신임 대표에는 테크윈 카메라 사업 부문을 맡았던 박상진 부사장이 내정됐다. 박 부사장은 1953년생으로 1977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주로 구주 법인장·글로벌 마케팅 실장을 거쳐 동남아 총괄 법인장을 지낸 후 지난 5월 조직 개편 때부터 테크윈 카메라 사업 부장을 맡아 왔다.
삼성은 분리된 SDIC가 오는 2012년 매출 5조원, 시장점유율 20%의 디지털카메라 세계 1위를 달성토록 함으로써 핸드폰·디지털TV에 버금가는 삼성 대표 브랜드로 집중 육성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또 존속 법인인 삼성테크윈은 단품 제조 사업 위주에서 시스템과 서비스를 포함한 고수익 복합 사업 구조로 영역을 확대, 2008년 매출 2조3000억원에서 2012년 매출 6조원과 영업이익 6000억원, 2015년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1조원의 초우량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의 눈
삼성이 카메라 사업을 분사한 데는 ‘실적 부진’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소문에 돌던 삼성전자와 통합 대신에 독자 생존의 길을 택한 카메라 법인이 ‘턴 어라운드’를 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테크윈 카메라 사업은 올해 실적 부진으로 ‘백조’에서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했다. 매출뿐 아니라 수익성도 주춤했다. 급기야 지난 분기 카메라 사업부는 300억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게다가 기술력도 한계에 왔다는 지적이 많았다. 디카 시장의 ‘캐시카우’로 떠오르는 디지털 일안 반사식(DSLR) 기술력도 경쟁 업체를 따라가지 못했다. 2006년 펜탁스와 함께 기술 협력 형식으로 DSLR 카메라를 개발해왔으나 일년에 수십개 신제품을 출시하는 캐논·니콘 등에 비해 한참 뒤떨어졌다. 삼성전자와 협력도 예상만큼 시너지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 8월부터 전자와 글로벌 유통망을 단일화했지만 예상만큼 브랜드와 매출이 뒤따라 주지 못했다. 반면에 테크윈의 또 다른 사업 축이었던 방산 분야는 이익률 10%대를 꾸준히 지켜왔다. 테크윈 측에서는 적자로 돌아선 카메라 사업에 발목이 잡혔던 게 사실이다.
테크윈 측에서는 일단 분리를 통해 ‘급한 불’은 껐지만 독자 생존에 나서야 하는 새 법인은 당장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의사결정력은 빨라지겠지만 기존에 안고 있던 모든 문제는 전혀 해결된 게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사업부 분리가 삼성전자와 통합을 위한 순서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테크윈 둥지에 있을 때는 방산 사업과 상쇄가 가능했지만 독립 이후에는 어떻게 법인을 꾸려갈지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차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