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훈풍의 효과는 하루짜리에 불과했다.
6일 국내 금융시장은 미국 증시 폭락 영향으로 5거래일간의 상승세 마감과 동시에 다시 ‘패닉’에 휩싸였다. 두드러진 악재가 없는데도 주가는 폭락하고 환율은 폭등한 것.
전문가들은 그동안 잠복해 있던 실물경기 침체의 ‘악령’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며 국내 증시가 다시 변동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무려 89.28포인트(7.55%)나 폭락하며 1092.22로 주저앉았다. 전날 오바마 효과로 28.15포인트 상승한 것을 하루 만에 세 배로 토해냈다. 코스닥지수도 28.89포인트(8.47%) 빠지면서 311.96으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64.8원이나 폭등하며 1300원대로 다시 치솟았다.
전날 폭락한 미국, 유럽 증시와의 동조화 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뉴욕 증시는 전날 악화된 실물경기 지표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오바마 대통령 당선 덕에 올라간 상승분을 모조리 까먹었다. 비제조업(서비스업) 지수가 97년 집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10월 민간 고용이 6년 만에 최대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도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 영향으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은 28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하면서 주가 지수를 끌어내렸다. 이들이 판 주식 대금을 달러로 바꾸면서 외환시장도 충격을 입은 것.
이날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경제동향 보고서도 실물경제 침체에 대한 불안감을 키웠다. 재정부는 “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 부문의 부진이 심화되고 있고 세계경제 침체에 따른 하방 위험이 커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감이 작용하면서 주식시장이 급락세를 보였다”며 “단기 차익 실현 욕구가 발생한 상황에서 미국의 경제지표 악화와 뉴욕 증시 급락 소식에 매물이 쏟아져나왔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의 변동성 확대가 다시 시작될 것으로 전망됐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금융위기가 정점을 지나 본격적으로 실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며 “각국의 금융 불안 치유책이 본격적으로 효력을 발휘하기 전까지는 금융시장이 안정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