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게임스 임영택기자] 최근 중소개발사 관계자를 만나면 퍼블리셔들이 도통 소싱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는 푸념을 자주 듣는다.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수준의 작품인데도 불구,너무나 조심스럽게 움직인다는 것이다. 계약 과정도 길어진 데다 개발이 거의 오픈베타 수준은 돼야 본격적인 협상이 이뤄진다는 주장이다. 이렇다 보니 자금면에서 취약한 중소개발사는 더욱 어려워진다고 하소연한다.
그러나 퍼블리셔들의 입장은 다르다. 그들도 과거 몇년전에는 어느 정도 가능성만 보면 선뜻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최근 몇년 동안 극심한 시장 경쟁으로 신작이 줄줄이 실패하면서 가능성만 보고 계약을 체결하기는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더욱이 많은 개발사들이 계약 체결 후 당초 약속했던 일정을 맞추지 못하는 것은 물론 전혀 다른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아 개발사를 신뢰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또 유저들의 눈높이가 이미 몇년전과 다른데도 개발사들은 지난 몇년전만 생각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한다.
실제로 몇몇 개발사들이 개발 중인 작품을 보면 퍼블리셔들의 입장이 이해가 됐다. 많은 작품들이 이미 시장에서 한번쯤 봤음직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또 현재 시장에서 유행 중인 장르를 개발하는 경우도 많았다. 어떤 개발사는 이미 한번 실패한 작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다시 재탕을 반복하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최근 퍼블리셔들의 의사결정과정 단계가 늘어났고 과거와 달리 더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사례를 보면 지금의 상황을 만든 것은 개발사들에게도 책임도 크다. 계약 당시의 약속과는 달리 개발일정을 딜레이한 것은 몇번이고 또 당초 기획했던 작품과는 다른 작품을 만들어 놓은 것이 몇차례인가. 또 인기 장르에 편승해 비슷한 장르의 작품을 너도나도 개발했던 것은 누구인가.
물론 퍼블리셔들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그들도 시장의 유행을 좇아 해당 장르를 선호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칼자루를 쥔 것은 분명 퍼블리셔들이다. 이제는 개발사들도 ‘장미빛 꿈’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한숨만 내쉴 게 아니라 퍼블리셔들이라면 눈이 번뜩일 만한 작품을 만들어야 내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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