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서 배우는 `과학 테마파크`

오는 14일 문여는 국내 최대 `과천과학관`

  ‘세계적인 규모의 과학관이 온다.’

정부와 경기도가 총 4500억원을 들여 2년 6개월 만에 완공한 국립과천과학관(관장 장기열)이 14일 개관식을 갖고 일반에 공개된다. 국내 최대 규모로 건립된 과천과학관은 24만3970㎡의 용지에 연면적 4만9464㎡, 전시 면적 1만9127㎡로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과천과학관 측은 전시와 체험, 놀이와 교육이 어우러진 열린과학관을 지향하며, 연간 200만명 이상이 찾는 명소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과학의 모든 것 전시=과학관은 본관 전시시설과 천체관·천체관측소·과학캠프장·야외전시장·생태체험학습장·노천극장 등으로 구성된 옥외시설로 구성됐다. 본관은 높이 33m, 폭 400m인 미래 비행체 모양으로, ‘비상하는 과학한국’을 역동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본관 내부는 △기초과학관 △첨단기술관 △자연사관 △전통과학관 △어린이 탐구체험관 △명예의 전당 △연구성과전시관 등으로 꾸며지며, 특정한 주제를 정해 일정 기간 전시하는 특별전시관과 8개의 실험실습실도 갖추고 있다.

각종 전시물도 눈길을 끈다. 자연사관에 설치된 ‘지구관측시스템(SOS:Science On a Sphere)’은 미국해양대기청이 개발한 전시품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설치된 제품이다. SOS는 직경 2m의 구형 전시품에 프로젝터로 영상을 구현하는 것으로, 현재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상현상에 대한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해 23분 만에 보여준다. 또 온실기체 변화, 쓰나미 등 각종 지구 기상변화와 태양·화성 등 다른 천체의 표면에서 일어나는 것도 구현할 수 있다.

이 밖에 실제 공룡뼈로 만들어진 공룡, 한반도에 사는 어류 등을 볼 수 있는 수족관, 의자에 눕듯이 앉아 별자리와 우주를 탐구할 수 있는 천체투영관 등도 주목된다.

◇체험전시로 재미 높여=과천과학관의 전시컨셉트는 ‘느끼는 과학(feels-on science)’이다. 컨셉트에 맞춰 전시물에 3차원(3D) 영상장치와 시뮬레이터 등 각종 첨단기법을 적용하고, 직접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체험형으로 구성했다. 전시관 안에는 △진도7의 지진을 경험할 수 있는 ‘지진체험실’ △최대 풍속 초당 30m를 체험할 수 있는 ‘태풍체험실’ △저온상태에서 남극과 북극에 관해 알아보는 ‘극지체험실’ △이소연씨의 우주비행으로 관심이 높아진 국제우주정거장(ISS)을 재현한 ‘우주정거장 모듈’ 등 다양한 체험시설도 있다.

장기열 관장은 “전체 전시물의 52%를 작동·체험형으로 운영한다”며 “4∼10세 어린이들이 놀이하듯 과학원리를 탐구할 수 있는 어린이 탐구체험관은 97.2%가 실험·실습 환경으로 꾸며져 있다”고 설명했다. 장 관장은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명소로 자리 매김해 연간 200만∼230만명이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내년부터는 해외 과학관과 제휴해 전시물 교환전시 등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인력 예산 열악 운영 차질 우려"

과천과학관은 하드웨어 측면에서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하지만, 이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는 세계 수준에 한참 뒤떨어진다. 자칫 운영에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된다.

정부는 4500억원이나 투입해 과학관을 지었지만, 내년 예산으로 고작 186억원을 배정했다. 독일 등 선진국이 건립 비용의 10% 수준으로 운영비를 책정하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본지 4월 4일자 1면 참조

77명의 직제로 확정된 인력 역시 부족하다. 77명 중 전시기획에 핵심 역할을 할 연구직은 고작 23명이다. 이는 해외 과학관과 비교하면 확연해진다. 세계적인 명성을 인정받는 뉴욕자연사박물관은 직원이 1500명에 달하며, 과천과학관과 규모가 비슷한 미국 보스턴과학박물관은 480명의 직원이 있다. 프랑스 라빌레트 과학산업관도 1000명(비정규직 포함)이 넘는다.

장기열 관장은 “용역인력을 적극 활용하고, 퇴직과학자와 자원봉사자 등을 활용해 부족한 부분을 메우겠다”고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초기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예산 및 인력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과천=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