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미래에 차량 또는 비행기에서 무선 인터넷으로 화상회의 등을 할 때, 주변 환경에 맞게 사용 주파수를 전환하면서 끊김없이 통신을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인지무선통신(CR·Cognitive Radio)은 이처럼 여러 방송·통신 서비스들이 사용하지 않는 주파수 공간을 인식해, 별도의 사업자가 이 공간의 주파수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전파 관리 기술이다. 주파수의 ‘실시간 사용 안내 도우미’ 정도로 해석 가능하다.
실시간으로 사용하지 않는 주파수를 인지해 추가적인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에 주파수 자원의 효율성을 크게 개선시켜 줄 수 있다. 기존 사용자의 통신 여부를 검색한 후 사용하지 않는 채널을 우선 쓰고, 기존 사용자가 나타나면 다른 주파수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동일한 주파수라도 시간이나 공간적으로 남으면 이를 찾아서 여럿이 공유할 수 있게 하자는 개념에서 출발했다.
CR에서는 주파수의 상황 인지, 즉 스펙트럼 센싱 기술이 가장 중요하다. 스펙트럼 센싱 알고리즘과 인지 엔진(Cognitive Engine)은 CR 고유의 기능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소다. 주변 환경이나 다른 사용자로부터 정보가 들어오면 인지 엔진은 상황을 분석하고 계산하여 적절히 반응해야 한다.
CR이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스펙트럼 센싱을 통해 허가받은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는 기존 사용자(Primary User)에게 간섭을 발생시키지 않도록 사용 환경을 늘 감지하고 있어야 한다. 다른 사용자와 주파수를 간섭없이 공유할 수 있도록 주파수 대역을 할당하기 위해서는 변조방식, 송신전력 등도 함께 제어돼야 한다.
현재 사용 중인 주파수대 이외에 옮겨갈 수 있는 잉여 주파수 대역도 미리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특히 충돌 가능성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주변에 여러 CR 이용자가 있는 경우, 먼저 사용한 CR시스템과의 주파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일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상호 간섭을 막고 주파수 사용 분배를 조정하는 별도의 프로토콜이 필요하다.
CR은 근본적으로 개방형 주파수 할당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주파수 관리 정책에 기반한다. 이는 기존의 국가정책인 주파수를 지정해 할당하는 고정형 배분에서 진일보한 개념으로 해석된다.
현재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고정형 주파수 할당에서 개방형 주파수 할당으로의 개념 전환을 통해 주파수 부족 문제 해결을 꾀하고 있다.
이미 미국은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를 통해 아날로그 TV의 DTV 전환이 완료되는 내년 2월 이후 DTV 대역에서 CR 기술을 이용한 무선 데이터 서비스를 허용하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도 방송통신위원회가 CR 관련 기술개발과 산업 활성화를 위해 ‘인지무선통신·소프트웨어기반무선통신(CR·SDR) 포럼’을 이달 중 공식 발족시킬 예정이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