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장 속에서도 국내 증시를 든든하게 떠받쳐 와 금융시장의 자랑으로 꼽혔던 ‘펀드’가 골칫덩어리로 전락되고 있다.
금융위기 여파로 펀드 등 금융상품 투자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우리 사회에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금융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 펀드로 손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불완전판매를 근거로 집단소송까지 진행하고 있어 금융회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규제당국도 불완전판매 단속에 두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펀드 불완전판매 관리 허술=최근 금융감독원은 펀드 판매사들의 불완전판매 관리에 허술했다는 이유로 맹비난을 받고 있다. 불완전판매에 대한 투자자 피해 우려가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됐는데 뒷짐만 지고 있었다는 것.
10일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까지 접수된 펀드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금융분쟁 건수는 66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분쟁건수인 109건의 6배에 달했다. 특히 펀드 관련 분쟁은 전체 중 42%를 차지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감원은 지난해 판매사들의 불완전판매 행위와 관련한 현장 테마 검사를 단 한 차례 밖에 실시하지 않았다. 검사 이후에도 별다른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심지어 올해 들어서는 사실상 공식적인 현장 검사를 단 한 번도 실시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상품관련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는데도 금감원의 관리는 여전히 느슨하다”며 “자체 전문성을 높여 감독업무에 고삐를 죌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펀드 운용·판매사들 ‘내우외환’에 울상=펀드 운용·판매사들은 펀드 손실, 고객관계 악화에다 소송까지 걸려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얼마 전에는 금감원이 새로운 입장을 표명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김동원 금감원 소비자보호본부장은 1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충분한 설명을 들었다는 자필서명이 있더라도 적합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면 불완전판매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충분한 설명을 들었다는 자필 서명이 있는 경우 구제받기 어렵다는 기존의 금감원 입장과는 뚜렷하게 다른 어조다.
금융회사들은 이 같은 금감원의 입장 표명이 11일 예정된 분쟁조정위원회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하고 있다. 위원회에서는 불완전판매 논란이 된 우리파워인컴펀드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예정인데, 판매사인 우리은행의 불완전판매를 인정하는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 우리파원인컴펀드는 포트폴리오에 프레디맥과 패니매 등 금융위기로 주가가 폭락한 모기지 관련 업체들을 편입해 투자자 손실이 불가피한 상태다. 분쟁조정위가 내린 판정은 법적구속력이 없지만 양 당사자가 조정위의 결정에 합의할 경우 법원판결에서 ‘화해’와 같은 효과를 가진다.
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불완전판매 논란을 방지하려면 투자자의 투자 성향을 정량적으로 파악해 적절한 상품을 제시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금융회사에 모든 책임을 지우기보다는 상품 판매의 투명성 확보, 투자자교육 활성화 등을 통해 시스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불완전판매 : 금융기관들이 펀드 등을 판매하면서 투자 위험, 손실 가능성, 운용 방법 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행위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