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 정보기술(IT) 분야에서 혁신적인 아이템을 가진 기업이면 과감하게 투자합니다.”
최근 미국 댈러스에서 열린 ‘코리아 테크 프리뷰2008’ 세미나에 연사로 참여한 마이클 경 버릴앤컴퍼니 이사(36)는 미국 벤처캐피털업계에서도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젊은 나이에도 10억달러(1조3200억원) 가량의 펀드를 운용하는 벤처캐피털 이사 직함도 그렇지만 코넬대학 의학박사 출신이기 때문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의사 면허증을 갖고 벤처캐피털 업계에 발을 들인 세명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물론 한국계 출신으로는 최초다.
경 이사의 벤처캐피털 이력은 대학시절 학비를 벌겸 해서 투자한 회사가 성공하면서 시작됐다. 그가 누구보다 잘 아는 의료기기 업체였던 점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후 경 이사는 코넬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하고 신경외과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이를 접고 6년째 벤처캐피털리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벤처캐피털리스트를 선택하게 된 배경을 묻자 그냥 좋아서 시작한 일이 본업이 됐다고 멋적게 말했다. 그가 속한 버릴앤컴퍼니의 투자철학도 그가 벤처캐피털리스트로 나서게 된 배경이다. 버릴앤컴퍼니는 샌프라시스코에 위치한 바이오 분야 전문 투자회사로 투자 주기도 최장 10년으로 길다.
그는 요즘엔 투자처 확보를 위해 매달 절반 가량을 미국 이외 지역에서 보낸다고 전했다. 경 이사의 주요 활약 무대가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지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업무 집중을 위해 한국에서 적합한 책임자를 찾아 지사를 설치하고 아시아 지역을 담당하는 역할을 맡긴다는 방침이다.
경 이사는 “한국은 중국과 동남아 진출을 위한 관문으로서 벤처캐피털에게 중요한 곳”이라며 “국내 투자처 발굴에 적합한 인물을 찾는다면 자신은 미국 업무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 대한 투자는 물론 동아시아 지역 진출에 쉬운 한국을 거점으로 중국 등지의 투자에 신중을 기하기 위해서다.
그가 속한 버릴앤컴퍼니에 대해 묻자 신뢰성이 높고 혁신적인 기업엔 투자회수기간 10년간 믿고 맡기는 회사라며 특히 로봇의학, 진단의학, 제약 등에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투자자금은 IBM, 지멘스 등 일반기업 투자금 50%와 버릴앤컴퍼니 자체 투자금 50%를 통해 이뤄진다. 한 개 기업당 평균 300만∼400만달러 규모 이상 투자한다며 소수 기업에 집중 투자로 투자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 원칙이라고 전했다.
댈러스(미국)=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