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슬로바키아 모듈 공장 `대규모 증설`

 삼성전자가 유럽 전진기지인 슬로바키아 LCD 모듈 공장의 생산능력을 내년 하반기 중 지금의 두배 수준인 월 100만대 규모까지 늘린다. 현지 LCD 클러스터의 생산성을 극대화함으로써 조기 안정화를 꾀하는 동시에 유럽 시장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내년도 경기 전망이 극도로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같은 계획이 그대로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슬로바키아 모듈 공장은 중국 쑤저우와 더불어 삼성전자가 양대 해외 LCD 클러스터로 삼았지만, 올초 가동한뒤 지금까지 목표 생산량에 턱없이 못 미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CD총괄은 최근 내년 슬로바키아 모듈 공장 생산량을 연간 1000만대 수준으로 크게 확대하기로 현지 협력사들과 대대적인 공장 증설을 추진키로 했다. 증설 투자를 순조롭게 진행할 경우 내년 4분기중 월 평균 LCD 모듈 생산량은 100만대 규모에 이른다. 현재 생산 설비를 감안한 월 생산 능력은 50만대 정도, 실제 생산량은 30만대 안팎에 그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당초 슬로바키아 모듈 공장 착공 당시 계획했던 총 3억2000만 유로의 설비 투자 범위내에서 증설 투자를 단행할 것”이라며 “대외 여건의 변수가 있지만 현재로선 내년 중 연간 1000만대 규모로 증설하는 계획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이같은 방안을 현지 진출 협력사들에게도 통보하고 증설 투자를 요청했다.

그러나 협력사들을 비롯, 업계 일각에서는 슬로바키아 모듈 공장이 대규모 생산 능력 확충을 통해 조기에 안정화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시한다. 당장 올해만 해도 삼성전자의 계획과 달리 공장 가동 직후부터 현지 인력 수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운영난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현지 생산 거점 추진 당시 삼성전자도 예상치 못했던 문제들이 불거졌다. 이에 따라 당초 올해 누적 생산량 400만대를 목표로 삼았던 슬로바키아 모듈 공장은 지난 3분기 누적 160만대 안팎에 그쳤고, 연간 전체 목표치에도 턱없이 모자랄 것으로 보인다. 현지에 동반 진출한 국내 협력사들의 시름도 깊은 형국이다. 최대 백라이트유닛(BLU) 협력사인 한솔LCD의 경우 올초 슬로바키아 모듈 공장 가동에 맞춰 현지 클러스터내에 월 50만개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췄다. 하지만 실제 생산량이 크게 저조했던 탓에 올해 현지 생산 법인은 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슬로바키아 모듈 공장을 대대적으로 확충하겠다는 삼성전자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실물경제 위기가 더해지면서 우려섞인 시선이 여전한 이유다. 한 협력사 관계자는 “슬로바키아 공장이 빨리 제자리를 찾으려면 조기에 생산능력을 끌어올리는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러나 내년도 경기 여건을 감안해 보면 이같은 증설 투자 계획도 다소 수정이 불가피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서한·안석현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