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시장 다양성, 中 휴대폰 업체에 `자극`

 중국의 용산전자상가로 불리는 중관춘에는 수도 없는 휴대폰 모델이 판매되고 있다. 5억8300만명의 가입자가 있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시장의 소비자를 유혹하기 위해 각 업체들이 거의 모든 종류의 신제품을 중국 시장에 내놓고 있다. 중국에서 공식적으로 출시되지 않은 HTC의 구글폰이나 애플의 아이폰을 찾기도 어렵지 않다. 중국의 다양한 소비자층을 겨냥해 세계 제1의 노키아는 저가 휴대폰으로 중국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이 노키아 저가형 모델 밑으로는 이름 없는 중국 중소업체들의 초저가 휴대폰이 또 하나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중국 시장의 다양성이 중국의 이름 없는 중소업체들에도 영감을 준 것일까. 중국 중소업체들의 휴대폰엔 조금은 어설프지만 노력의 흔적이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담겨 있다. 중국어 입력에 적합하게 개조한 쿼티자판, 유심(USIM) 카드를 두 개나 한꺼번에 넣을 수 있도록 한 휴대폰 등이 그 사례다. 최근 데이비드 탕 노키아 중화판매담당 부사장은 최근 “‘이름 없는 중소업체들의 도전’이 중국시장에서 노키아의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중소업체들은 낮은 가격과 함께 중국 국산이라는 애국주의를 활용할 수 있어 외국 업체들에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중국에서 ‘애국자’라는 뜻의 현지 브랜드 ‘아이고(aigo)’가 중국 내 MP3P 시장에서 점유율(수량 기준) 1위를 차지했다. 이 브랜드는 중국 청년층의 애국주의 정서를 자극해 한국이나 일본 제품을 밀어내고 큰 성공을 거뒀다. 외국 업체들에는 중국의 애국주의가 하나의 큰 ‘복병’인 셈이다.

 휴대폰 분야에서도 이 복병이 힘을 발휘할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휴대폰 기술의 격차가 조금씩 줄고 있는데다 중국 업체들이 국산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베이징(중국)=이동인기자 di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