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P램 세계 첫 양산

 삼성전자가 이르면 내년 상반기께 65나노 공정 기술을 적용한 512Mb 상변화 메모리(P램)를 세계 처음으로 양산한다.

 P램은 코드 및 데이터 저장용으로 사용되는 낸드·노어 플래시 메모리의 장점만을 골고루 갖춰 일명 ‘퍼펙트 램’이라 불리는 차세대 메모리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말 65나노 512Mb P램 샘플을 처음 내놓고, 내년 상반기 또는 연내 200㎜ 생산라인에서 본격적인 제품 양산에 들어간다고 10일 밝혔다. 이 회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90나노 공정에서 제작한 P램 샘플 수만개를 확보했으며 올 연말까지 65나노 시제품을 내놓을 방침”이라면서 “내년에는 고객사들이 직접 써보고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제품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또한 내부 실험결과 P램의 회로선 폭이 10나노 이하일 때도 작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다음달 1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세계 3대 반도체 학술 모임인 ‘2008 세계전자소자학회(IEDM)’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측은 “최근 연구결과 7나노에서도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P램이 20나노 이하 초미세 메모리로 가능성이 있다”고 확신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설성인기자 siseol@etnews.co.kr

 

 <뉴스의 눈>

 삼성전자가 내년 P램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경쟁사들의 공격에 대비하고 D램·낸드 플래시에 이어 P램 시장 주도권을 쥐기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2005년 세계 최초로 256Mb P램 시제품을 선보였다. 삼성은 당초 올해 양산할 계획이었으나 양산화를 서둘지 않았다. P램 시장의 개화가 더딘데다 노어 플래시 메모리에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뉴모닉스·하이닉스 등 경쟁사들이 내년 P램 상용화에 불을 댕기고 올해 플래시 메모리 가격이 예상 외로 급락하면서 삼성전자의 움직임 역시 바빠졌다. 하이닉스는 54나노 512Mb 제품 개발을 내년 말까지 완료해 양산 체계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뉴모닉스도 내년 말까지 45나노 상용화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P램은 낸드·노어 플래시 및 D램의 장점을 고루 갖춘데다 반도체 업계의 가장 큰 골칫거리 중 하나인 선폭 미세화 한계를 넘을 대안으로 꼽힌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내부 실험결과 D램은 30나노, 낸드 플래시는 20나노 공정이 한계였다”면서 “D램과 낸드플래시에선 (10나노 이하에서 작동하는) P램과 같은 사례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내년 P램을 본격 양산하면 그 희생양은 노어 플래시가 될 전망이다. 낸드 플래시는 내년에 30나노대 공정을 적용할 예정이다. 용량 또한 16Gb 이상으로 확장해 P램의 현 기술 수준으로는 상대가 되기 힘들다. 노어 플래시는 상황이 다르다. 노어형은 60나노대 제품이 대다수고 256·512Mb가 주력이어서 512Mb P램은 노어 시장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삼성전자는 512Mb·1Gb 등의 P램 양산을 통해 새 수요를 창출해 메모리 가격 하락의 탈출구로 삼을 계획이다.

 정병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는 “반도체소자업체들이 과거 P램 개발에 열중해왔지만 커다란 진전이 없었다”며 “삼성전자의 P램 양산은 사업화 성공 가능성이 커 새로운 반도체시대를 여는 쾌거”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