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임치제](上) 글로벌 네트워크 포럼- 기업간 공정한 기술거래 틀 만든다

  기술자료 임치제도 활성화를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는 모습.
 기술자료 임치제도 활성화를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는 모습.

 내년 2월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는 ‘기술자료 임치제도’가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모델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이 제도는 정부가 지난 5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도입, 현재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을 통해 시범 운용 중이다.

 이 제도의 주목적은 중소기업이 개발한 각종 기술 자료를 제3기관에 임치함으로써 대기업 등으로의 기술 유출 현상을 방지하는 한편, 중소기업의 파산·폐업·부도 시에도 대기업들이 큰 위험 없이 해당 기술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에 전자신문에서는 중소기업청,대·중소기업협력재단과 공동으로 3회에 걸쳐 제도 초기 단계인 국내 기술임치제도 현황을 살펴보고, 활성화 방안을 모색한다

 

 기술자료 임치제도의 활성화 및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마련돼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지난 6∼7일 이틀간 제주도 서귀포 칼 호텔에서 중소기업청(청장 홍석우), 대·중소기업협력재단(사무총장 안병화) 공동 주최로 열린 ‘기술자료 임치제도 활성화를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 포럼’은 기술임치제도를 통해 수·위탁기업 간 공정한 기술거래의 기반을 조성하고,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국내에서 기술임치 관련 국제 포럼이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영태 중기청 중소기업정책국장, 최문기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 최준영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총장을 비롯, 유럽 제1의 임치기관인 영국 NCC(National Computing Center)의 총괄책임자 존 레이와 미국 에스크로테크의 부사장 조지 새가스튬 등 국내외 전문가 100여명이 참석해 제도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기술 임치제도는 ‘보험증서’=이날 첫 주제발표에 나선 존 레이 영국 NCC 총괄책임자는 “불안정한 IT 시장에서 기술 임치제도는 일종의 보험 증서와 같다”며 “사용기업은 개발 기업의 폐업 및 재해발생 시 소스코드를 교부받아 해당 기술에 대해 지속적으로 유지·보수받을 수 있게 되고, 개발기업 쪽에서도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데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지 새가스튬 미 에스크로테크 부사장은 “미국에서 기술임치 기관은 문서 보관소 이상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중요한 자산인 기술을 둘러싸고 개발업자와 사용업자 모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서 우리나라보다 기술임치제도 역사가 30여년 앞선 이들 영국과 미국에서 기술 임치 대상은 90% 이상 소프트웨어에 치중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존 레이 총괄책임자는 “신약 개발 등 분야는 투자비용이 크고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업체들의 임치 제도 활용률이 많지 않다 ”며 “실제로 전체 임치건에서도 비중이 3%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국내도 국가 보증 임치제 추진=윤도근 중기청 기업협력과장은 “외국에서는 영리 목적상 개별 기업들이 임치기관으로 활성화돼 있다”며 “반면에 우리나라 기술임치제도는 세계적으로도 유일한 사례로, 국가가 보증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강조했다.

 윤 과장은 이어 “현 소프트웨어 임치제도만으로는 중소기업의 기술을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내년 제도 본격 시행을 앞두고 가상 사례를 50건 정도 만들어 업체들에 미칠 수 있는 영향과 파급 효과 등을 세심하게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승우 단국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국가가 주도적으로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장점”이라며 “공공기관이 임치제도를 운영함으로써 보다 신뢰성이 높아지며 초기 도입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김풍민 이머시스 사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과의 관계에서 특허권과 임치제도 중 어떤 것이 상위 역할을 하는지 궁금하다”며 “변화하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이 적응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 보호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한 임치제 확대 ‘한목소리’=강대오 컴퓨터프로그램보호위원회 팀장은 “최근과 같은 융합 비즈니스에서 연결고리가 얼마나 확고한가에 따라서 비즈니스의 완결성이 좌우될 수 있다”며 “국내 컴퓨터프로그램위원회와 대·중소기업협력재단, 미·영국의 임치사업체들 간 임치 상품을 만들어서 지원해주는 글로벌 네트워크 차원의 임치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현 변호사(법무법인 렉스)는 “임치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신뢰성이 관건”이라며 “글로벌 네트워크 임치제도 같은 경우 국가 간 기술 임치 기관들이 상호 인증제도를 도입한다면 보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