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45). 한나라당 의원이다. 공부 잘했다. 서울대 나왔다. 검사 출신이다. 교회 다닌다. 여기까지다. 한나라당 사람 같은 건.
당내 소장파 개혁세력의 아이콘인 원 의원은 소신과 어긋나면 당·정에 반하는 발언과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그린오션’을 들고 나왔다. 성장 일변도의 당 기류와 달리, 환경과 자연에 눈을 돌린 것이다.
지난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그린오션 100대 과제 발표회 참석을 비롯해 기후변화 리더십과정 수업과 136환경포럼 활동에 이어, 지난달 발족한 저탄소녹색성장국민포럼에 이르기까지 최근 원 의원의 행보는 대한민국 그린오션과 궤를 같이 한다.
“지구환경을 거스르는 성장은 더이상 의미가 없습니다. 저탄소와 녹색성장은 공존이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 후세에 행동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하지만 기업인도 환경운동가도 아닌 보수 여당의 3선 의원인 그가 그린오션 운동에 뛰어든 것 자체가 수상하다.
이에 대해 원 의원은 “정치는 현실을 개혁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며 “이 땅에 그린오션이 뿌리내릴 수만 있다면 정치의 힘, 국회의 빽을 빌리고 싶은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원 의원은 지난달 27일 저탄소녹색성장국민포럼을 발족시켰다. 주목할 점은 이 포럼의 면면이다. 민주당의 김효석 의원이 원 의원과 공동대표다. 포럼 운영위원장은 박준선 의원(한나라당)이다. 창립총회 때는 원 의원과 학생운동을 같이 했던 송영길 민주당 최고위원을 비롯해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 등 여야 중진들이 자리를 같이 했다. 여야 선량들이 오랜만에 한목소리를 낸 행사였다. 원 의원은 자신을 입법부의 최고환경정책책임자(CGO)로 꼽는 이유를 여기서 찾는다.
<인터뷰>
-저탄소녹색성장국민포럼을 만든 의도는 무엇인지.
▲그린오션 분야는 국회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범국민 운동으로 만들기 위해선 더욱 그렇다. 현 정부의 철학과 비전이 국민적인 동참하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될 수 있어야 한다.
-현 정부의 그린오션 관련 정책을 어떻게 보는지.
▲이명박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국가발전 패러다임으로 제시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법적·제도적 근거가 없다. 예컨대 지난 9월 정부가 발표한 그린에너지 발전전략 9대 중점과제 중 하나인 ‘가스액화연료(GTL)’는 정작 관련 법령에 규정이 없어 석유대체연료로 사용이 불가한 상황이다. 왜 국회가 그린오션에 나서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린벨트 해제, 수도권 규제 완화 등 한나라당의 성장 드라이브는 친환경·저탄소 기조와 배치된다.
▲그렇지 않다. 최근 경제현장 정책투어를 하면서 느끼는 게 많다. 모 업체는 스위스 환경기술을 도입해 제주도 혁신도시에 전기를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더라. 순천대나 부경대는 해조류에서 바이오 디젤 뽑아내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에너지 해조류를 키워서 한전에 공급하면 1년에 50조원씩 중동국가에 주는 돈을 절약할 수 있다. 그럼 그 돈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거다. 이건희 회장이 반도체를 육성해 20년 만에 세계 1등으로 키워냈듯 신성장동력을 자꾸 만들어야 한다.
<프로필>
1964년 2월 제주 서귀포생. 제주제일고 졸. 서울대 공법학과 수석 입학(학력고사 전국 수석). 제34회 사법시험 수석 합격. 부산지검 검사. 16·17·18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최고위원. 저탄소녹색성장국민포럼 대표. 강윤형(신경정신과 전문의)씨 사이에 2녀.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